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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퍼스트 무버, 시장선도자 그리고 패스티스트 팔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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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의 IT 인사이트]

IT 업계에는 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First Mover Advantages)라는 단어가 있다. 누군가 시장에 제일 처음 뛰어든 사람이 유리하다는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가 나오고 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임으로서 사용자들에게 먼저 각인되는 효과(TOM : Top of Mind)가 있기에 그렇게 말해왔던거 같다. 흔히 이야기하는 시장선점의 법칙이다. 야후나 아마존, 유튜브가 여기 해당한다.

물론 모든 IT 업체가 그런 것은 아니다. 구글 이전에도 라이코스나 알타비스타 같은 검색엔진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페이스북 이전에도 마이 스페이스 외에 수많은 SNS 서비스가 이미 존재했다. 시장선점이 꼭 맞는 법칙은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 IT 업계에서 확실히 서비스를 먼저 시장에 내놓는 게 대체적으로 유리한 편이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애플은 특이한 회사이다. 세계 최초의 PC라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Apple I은 사실 최초의 PC가 아니다. 이미 알테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8비트 PC가 세상에 나와있는 상태에서 개발되었다. 맥킨토시의 GUI 역시 처음 나온 제품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를 방문해서 목격한 세계최초의 GUI 컴퓨터 OS인 ‘스타OS’를 모델로 개발했다.

아이팟이 최초의 MP3P가 아닌 것은 당연하고, 아이폰 역시 최초의 스마트폰이 아니다. 태블릿 PC는 아이패드가 나오기 10년전인 2000년 초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들었다 이미 실패했던 제품이고, iCloud도 애플이 제일 먼저 만든 게 아니다. 제일 먼저 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애플이 제일 먼저 했다고 생각한다. 제일 먼저 하지 않는데도 애플이 시장을 선도한다고 말한다 왜일까?

그 답은 캐즘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원래 캐즘이란 단어의 뜻은 지각변동에 의해 지층 사이에 구멍이 생기는 현상을 말하는데, 실리콘밸리의 IT 컨설턴트인 제프리 A. 무어에 의해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마케팅이론으로 차용되었다. 캐즘 이론은 새로운 IT제품이 시장에 선보이면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넘어서기 직전에 수요가 급감하는 구간을 말한다.

많은 제품이 이 캐즘을 넘어서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 단계를 거쳐야 기술의 범용화를 거쳐 일반 소비자에게 확산되는 파급효과가 나타난다. 애플이 잘하는 것이 바로 이 캐즘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을 찾아 시장에 제품을 내놓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다. 물론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애플이 내놓음으로서 캐즘을 끝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애플이 시장의 선도하는 방식이 타이밍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초반기에 시장에 내놓은 제품들보다 월등한 완성도를 갖추고 사용자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제품이나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서 제공한다. 이런 것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의 인식은 애플이 제품을 내놓게 되면 ‘이제 그 제품(기술/서비스)이 사용할 만하다’ 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며 더불어 애플제품이 일종의 기준이 되어버린다.

애플이 시장을 선도한다는 의미는 제일 먼저 내놓는다거나 제일 많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 속에 다른 제품과 비교를 위한 기준이 된다는 점이다. 자동차 시장에서 포르쉐가 시장을 선도하는 위치는 기술적, 가격적인 기준을 잡아주는 것이지 가장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다.

패스티스트 팔로우(Fastest Follow)는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 보다 한걸음 더 빨리 선도자를 쫒아가는 기업을 말한다. 원래 패스트 팔로우 전략이란 선도자 기업의 제품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 것을 보고 빠르게 대응하는 것으로 위험요소를 낮춤과 동시에 선도 기업의 제품을 분석하고 단점을 보완하여 그보다 더 싸고 높은 질의 제품을 시장에 런칭한다.

그런 면에서 삼성전자는 여타 다른 기업보다 더 빠른 행보를 보여 가장 빠른 팔로우인 패스티스트 팔로우였었고, 물량면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애플을 추월하기도 했다. 특히 웨어러블 디바이스분야에서 애플보다 월등히 먼저 갤럭시 기어와 기어2, 기어 핏 등을 시장에 런칭했다. 삼성이 패스티스트 팔로우를 벗어나 퍼스트 무버의 위치에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웨어러블 시장은 아직도 캐즘에 빠져있다. 삼성이 분명 패스티스트 팔로우를 벗어나 퍼스트 무버가 되긴 했지만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는 못하는 것이다. 물론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에서 애플 역시 시장을 선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구글도 시장 선도자라기 보다는 퍼스트 무버라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이번에 모토로라가 모토 360을 내놓으며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시장 선도자로 떠오르고 있다. 모토 360은 확실히 혁신적인 디바이스이다. 가장 혁신적인 면은 ‘원형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점인데 LCD가 사각에서 원형으로 바뀐 것은 단순히 디자인이 달라진 것이 아니다.

원형 디스플레이는 사각과 달리 제조상의 난맥과 수율, 경제성 등의 문제로 제조업체 입장에서 아예 고려 대상 자체에 오르지 못하는 제품이었다. 모토로라가 이에 대한 터부를 깨고 혁신을 이루어 내면서 원형디스플레이 제품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람들이 익숙한 시계가 대부분 원형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모토 360 같은 원형 디자인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설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

모토토라가 구글에 팔리고 다시 중국 업체에 팔리는 수모를 견뎌내며 멋지게 시장에 복귀한 것이다. 그래서 모토 360에 거는 기대는 모토 360 자체의 히트보다는 이를 통해 캐즘에 빠져있는 스마트워치와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캐즘을 넘어서 주류시장으로 넘어가는 선도역할을 하는 것이다.

김석기 (neo@mophon.net)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로 일하며 웨어러블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 전문 컨설팅사인 로아컨설팅 이사, 중앙일보 뉴디바이스 사업총괄, 다음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근무 등 IT업계에서 18년간 일하고 있다. IT산업 관련 강연과 기고를 통해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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