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얏호! 아빠, 드디어 전문가검토위원회에서 선별됐어요. 나 이제 정말 사장님 되는 건가봐!!"
"저, 정말? 고맙다 태연아, 네가 우리 집안을 일으키는구나. 흑흑, 내가 그동안 밥 많이 먹는다, 뚱땡이다, 식탐대마왕이다 구박했던 거 다 잊어주면 안 되겠니? 김사장?"
"뭐, 쫌 손해 보는 기분이긴 하지만 너그러이 용서해 드릴게요. 그나저나 이 창조경제타운이라는 게 정말 요술방망이 아니예요? 그냥 머릿속으로 상상만 했던 걸 구체화해서 창업까지 할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요."
"그러게 말이다. 창조경제타운이 국민 누구나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그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고 쑥쑥 키워서 사업화로 이끌어주는 사이트라고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12살 어린이에게까지 이런 기적 같은 기회를 만들어줄 줄 누가 알았겠냐. 근데 태연아, ‘한꺼번에 남들보다 세배 많은 과자를 먹게 해주는 핑거클립’ 아이디어는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이냐?"
"당연히, 남들보다 같은 시간에 세배 더 먹고 싶어서 나온 아이디어죠. 친구랑 함께 새우과자 한 봉지를 딱 열어요. 제가 아무리 손놀림이 빠르다 해도 친구랑 저랑 먹는 양은 크게 차이 나지 않아요. 근데 오리발처럼 넓적한 이 핑거클립을 엄지와 검지에 끼우면 한꺼번에 대여섯 개의 새우깡을 입에 집어넣을 수 있다고요. 그럼 제가 훨씬 더 많이 먹게 되잖아요!"
"흠…, 기발한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이걸로 창업까지 할 수 있다니, 진짜 대단해."
"그게 바로 창조경제타운의 마술이죠. 처음에 제가 이 사이트에 아이디어 제안서를 써 올렸을 때 전문가검토위원회에서 똑 떨어진 거 아시죠? 그땐 엄마아빠도 제 아이디어를 그냥 황당무계하다고만 생각하셨잖아요. 저도 그때 엄청나게 실망 했어요. 아, 나의 식탐은 여기서 끝이란 말인가? 하고요."
"그랬지. 누가 봐도 황당무계했지, 그때는."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멘토와의 대화’를 신청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멘토링 받은 사례를 봤는데, 까짓것 저도 할 만하겠더라고요. 무엇보다 많이 먹고 싶은 저의 뜨거운 열망이 포기를 용납지 않았고요. 사이버 상에서 한꺼번에 세 명의 멘토에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기에 기계학과 교수님, 디자이너, 생활용품 회사 부장님께 멘토링을 받았어요. 와, 근데 깜짝 놀랐잖아요. 어린아이라서 그냥 무시하실 줄 알았는데 어찌나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시는지. 멘토링을 받는 세달 동안 배운 것도 엄청나게 많아요. 그 결과 어떻게 됐죠?"
"당근, 또 떨어졌지."
"네! 맞아요. 그렇지만 제가 누구예요? 식탐만큼은 대한민국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태연! 아니겠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창조경제타운 사이트에 아예 아이디어를 공개해 버렸어요. 그랬더니 타운 회원들이 진짜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내주시더라고요. 클립 재질은 어떤 걸로 하는 게 좋겠다, 단순히 과자 먹는 데만 쓰지 말고 뜨거운 음식을 들 때나 위험한 물건을 만질 때도 쓸 수 있게 변형해봐라, 미용사들이 파마할 때 쓰면 참 편리하겠다 등등 아이디어가 무지하게 나온 거 아시죠?"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아이디어를 키워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 그때 만난 분이 창조생활제품의 박사장님이잖냐."
"뭐 좋은 아이템 없나 하고, 창조경제타운 ‘공유 아이디어 공간’을 둘러보시다가 제 아이디어를 보고는 딱 이거다! 생각하셨대요. 그래서 어린아이인 제가 할 수 없는 부분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셨고, 드디어! 오늘 전문가검토위원회에서 우수 아이디어로 선별됐어요!!!"
"그래, 아빠도 너무 기뻐 눈물이 다 날 지경이란다. 딸에게 여생을 기대어 살고 싶다는 강렬한 소망이 용솟음쳤지."
"최종 선별이 됐으니까 이제 창조경제타운에서 아이디어 구체화, 특허출원, 창업지원, R&D 지원, 시제품 제작, 마케팅, 자금연계 등 여러 사업화 과정중에서 제 아이디어의 수준에 맞게 단계별로 지원을 해줄 거예요. 그럼 정말 제가 사장님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물론 박사장님과 동업이긴 하지만요."
"그런데 태연아, 넌 12살이고 공부를 해야 해. 학생 신분으로 사업을 하는 건 너무 너무 무리야. 게다가 세상엔 사기꾼들도 아주 많아요. 그래서 말인데, 법정대리인인 이 아빠께서 사업을 대신 맡아야 하지 않겠냐? 헤헤헤"
"그야 당연하죠. 아빠가 맡아주셔야죠. 대신 직급은 부장, 월급은 한 달에 10만원. 일하는 거 봐서 똘똘하다 싶으면 좀 올려드릴게요. 아참, 창조경제타운 회원으로 등록해서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이자를 최대 1.2%나 더 주는 ‘KB창조금융적금’ 아시죠? 제가 번 돈은 거기다 꼭꼭 잘 모아주세요. 아시겠어요, 김부장?"
"우리 김사장, 그렇게 쩨쩨한 사람 아니잖아. 안 그래? 월급을 조금만 더 올려주면 안 될까?"
"음…, 제가 아이디어 제안서 만들고, 사이버 멘토링 받느라 하루에 몇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잔소리 한마디 안하시고, 저와 창조경제타운을 굳게 믿어주신 은혜를 생각해서 1% 올려드릴게요. 10만 천원. 김부장 오케이?"
"천원? 겨우 천원? 내가 어린애 기 살려주려고 오냐오냐했더니 요것이 어버이 은혜도 모르고 천원…, 말고 이천 원 올려주면 안 돼영??"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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