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2분기 '환율쇼크'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상반기 성적표 역시 환율 악재로 급감한 2분기 실적에 발목이 잡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기아차는 25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상반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1.7% 감소한 7천697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8.1% 감소한 12조545억원에 그쳤다.
상반기 전체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23조9천803억원, 1조5천5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0.9%, 17.8% 감소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13.3% 감소한 2조872억원, 매출액은 1.9% 감소한 22조7천526억원을 나타내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환율이다.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 시장에서 상반기 더 많은 차량을 팔아치웠지만 원화 강세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여기에 현대·기아차는 양사 모두 수출이 80%에 달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환율 하락에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올 들어 두드러진 원화강세 현상은 수출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에게 악재가 된 셈이다.
현대차의 경우 상반기 판매량이 4.4% 증가(249만5천837대)하고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0.3%(44조4천16억원), 5.8%(4조256억원) 줄었다. 기아차도 전년동기 대비 상반기 판매량이 7.0% 증가한 154만7천123대를 기록했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신차 효과 등으로 판매량은 증가했으나 상반기 실적기준 환율이 전년 동기 대비 5.1% 정도 하락하면서 경영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며 "하반기 이후에도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초 사업계획에서 연간 평균환율을 1천50원으로 잡았지만 2분기 평균환율이 1천30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치 못하고 있는데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경제 회복세의 둔화가 예상되고, 하반기 유럽 수입차들이 무관세 효과에 힘입어 한국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하반기 환율 전망을 달러당 1천20원으로 낮춰 잡고 환율 리스크 대비에 최대한 집중할 방침이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원화가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서 결제통화 다변화 등 기존의 환헤지 수단이 효과가 없었다"며 "원화 강세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비상대응체제를 강화하고 국내 공장 생산성 제고, 비용절감 활동 강화 등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특히 하반기 신차 효과와 내실 경영을 통해 환율 악재와 수익성 증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노린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증산'을 경영 키워드로 잡고 생산 물량을 확대해 실적 회복에 본격 나선다. 차량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만회키로 하고 품질경쟁력 강화와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상반기 목표 대비 103%의 판매 실적을 달성한 '신형 제네시스' 생산량을 하반기 12%가량 늘리는 방안을 울산 공장에서 협의하고 있다"며 전반적인 증산 계획을 밝혔다.
그는 또 "신흥시장 중 중국 시장만 수요가 느는 추세인 만큼 중국에서의 공급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라면서 "현재 추진 중인 베이징현대차 4공장 건설 계획도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하반기 판매 증대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와 쏘나타의 신차 효과를 이어나감과 동시에 지역별 전략 모델을 적기에 투입함으로써 판매 성장세 유지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이밖에 품질경영을 지속, 고객 신뢰도를 높여 브랜드 파워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품질 관리에 주력하고 품질 교육을 확대 운영해 품질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품질 경쟁력 강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더욱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판매 증대와 수익성 제고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차 역시 하반기 신차 효과를 통한 판매량 증대로 수익성 회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국내시장에서 신형 쏘렌토 출시가 예정돼 있는데다 해외시장에서 쏘울EV를 비롯해 신형 카니발이 판매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신차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생산 판매·부문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한층 높이는 한편 각 지역별 시장 밀착 관리 대응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을 돌파할 계획이다.
다만 하반기 실적 반전은 불투명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올 하반기 이후에도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 가속화와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신흥시장 침체 등 대외적 환경과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문제와 내수시장 침체 등 내부경영 환경도 실적 반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하반기 이후에도 어려운 경영 여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경쟁력 있는 제품과 안정된 품질을 앞세워 브랜드 인지도를 한층 높이는 한편, 내실경영을 지속 추진해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