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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우버와 한국택시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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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기의 IT 인사이트]

우버가 처음 한국에 소개되었을 때 지인들의 반응은 ‘그거 나라시(자가용 영업)하고 똑같은 거잖아’였다. 그러면서 한마디 더하면 ‘나라시가 한국에서는 옛날부터 있었던 건데 외국에서 서비스로 런칭하니 성공했네’이다. 진짜로 나라시를 미국에서 런칭했으면 우버처럼 성공했을까?

미국 뉴욕이나 LA에 가면 ‘한인택시’가 있다. 이 한인택시라는게 서울에서 보는 주황색 택시가 아니라, LAX나 JFK 공항에 도착해서 한인택시 회사에 전화를 하면 한국 교포가 운전하는 자가용이 와서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걸 한인택시라고 부른다. 물론 유료이다.

한 한인택시 기사 분은 자신이 미국에 이민 온지 20년 정도 되는데, 이 일을 해서 자녀들을 대학에 보냈다고 하시는 걸 보면 생긴지도 오래되었고, 회사도 여러 개 있었다. 운영방식은 공항에서 전화를 하면 한국어로 전화를 받는 콜센터로 연결이 되고, 목적지와 가격 흥정이 끝나면 공항 게이트 앞으로 교포 기사를 보내준다. 기사 분들은 콜센터에서 연락을 받으면 자신의 차를 끌고 공항으로 가서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에 데려다 주고 돈을 받는다. 우버와 차이점이라면 앱을 통해 서비스하는지 여부 정도이다.

물론 한인택시와 우버를 같은 서비스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자가용을 이용해서 일반인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우버와 비즈니스 모델이 동일하고, 이미 20년 전부터 하고 있던 ‘한인택시’는 왜 우버가 되지 못했을까? 심지어 서비스를 미국에서 했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서비스의 컨셉과 고객의 니즈, 타깃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인택시에서의 고객의 니즈는 운송의 편리함도 있겠지만 그보다 영어 커뮤니케이션에서 오는 부담 때문이다. 미국에서 택시를 타보면 택시 기사 중 상당수가 히스패닉이나 인도계 이민인 경우가 많아 심지어 영어가 안 통할 때도 많다. 그런 이유로 미국에서 한인택시의 경쟁상대는 우버가 아니다.

타깃고객 역시 다르다. 한인택시의 타깃은 한국어를 쓰는 한국 사람들이며 장소를 미국의 대도시로 옮겨놓았을 뿐 순전히 한국적 서비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만일 한인택시가 한국 사람들 뿐 아니라 일반적인 외국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을 했다면 우버처럼 되었을 가능성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미국 행정당국에 의해 아예 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조차 못했을 확률이 높다.

우버가 한국에 들어오자 ‘한국 택시’와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에도 우버 이전에 이미 ‘나라시’나 속칭 ‘콜뛰기’가 있지만 제한된 사람들이 주로 야간에 사용함에 따라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 서비스가 우버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오자 문제가 되고 있다.

택시 업계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버의 등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영업 현장에서 새롭게 생겨난 불법 경쟁자이며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보통 택시 사업자와 택시 기사와는 입장이 좀 다르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우버 절대 불가’라는 한 목소리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에 따르면, ‘자동차 대여업자의 운전기사 알선’ ‘자동차 임차인의 재대여나 유상 운송’ 등은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법을 고치지 않는 한 우버는 불법이고 서울시 역시 불법이라고 말하는 근거다. 하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곤혹스럽다. 평소 ‘공유경제’를 캐치프레이즈로 외치는 서울시가 자동차 공유라는 부분에 대해서만 반대를 하는 모양세이기 때문이다.

30만명의 택시기사와 이들을 편들고 있는 정치인들, 서울시, 당사자인 우버. 우버 문제가 가관인 것은 이 논의에 정작 승객은 빠져있다는 점이다. 야간에 서울에서 택시를 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가까워도 안 가고 멀어도 안 간다.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택시 잡기를 포기해야 할 정도다. 우버 문제의 해결을 기득권을 가진 측에서는 법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우버는 법을 개정하라는 압력을 넣는다. 승객의 안전과 편의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없다.

공유경제라는 명제를 떠나 우버가 승객들에게 자신들의 서비스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점은 승객이 위험하게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지 않아도 되고, 승차거부가 없으며, 요금시비도 없고, 자신을 태울 기사가 누군지 확인하고 탈 수 있다는 점이다. 대신 우버의 이용료는 택시 보다 훨씬 비싸다.

우버가 불법 택시 영업을 한다고 목소릴 높이기 이전에 고질적인 승차거부와 불친절, 택시 잡기의 어려움이 없었다면 우버는 특별한 날에 고급차를 타보려는 일부 사람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였을 것이지 택시와 경쟁하는 대중 교통 수단이 아니었을 것이다.

현재 우버-택시 논쟁은 택시업계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불편하고 불친절한 택시를 타라고 시민들에게 법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합법적인 사업자가 그들이 말하는 불법적인 사업자보다 더 불편하고, 더 불친절하지만 합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타야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최소한 택시 업계가 승차거부나 불친절, 바가지 요금 시비 같은 것을 근절한 다음에 주장해야 할 것이다. 택시가 우버와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사람들이 더 비싼 우버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우버-택시의 문제는 합법-불법의 문제로 다룰 것이 아니라 택시와 우버를 이용해 어떻게 하면 승객이 가장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택시가 우버에게 기대할만한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우버가 안 들어와도 좋다.

그렇지 못해서 우버가 필요하면 법을 고쳐야 한다. 하지만 택시가 합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지금의 택시를 강요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미국에서 한인택시 역시 우버처럼 불법이고 미국 행정당국도 알면서 묵인한다. 미국의 일반 택시가 제공하지 못하는 부분을 한인택시가 채워주기 때문이다.

영국이나 일본에서 택시를 타면 우버처럼 비싸지만 확실히 친절하고 승차거부도 없으며, 골라 태우지도 않고, 외진 동네라고 따블을 부르지도 않는다.

택시 업계는 우버를 불법이라고 소리지르는 것이 아니라 이용해야 한다. 고가의 우버가 사람들에게 이용됨으로서 택시 역시 서비스 개선을 통해 이용요금을 올릴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서비스를 개선하고 요금을 두 배 이상 받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우버가 증명했다.

왜 비싸도 사람들이 우버를 타려하는지 택시업계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김석기 (neo@mophon.net)

모폰웨어러블스 대표이사로 일하며 웨어러블디바이스를 개발 중이다. 모바일 전문 컨설팅사인 로아컨설팅 이사, 중앙일보 뉴디바이스 사업총괄, 다음커뮤니케이션, 삼성전자 근무 등 IT업계에서 18년간 일하고 있다. IT산업 관련 강연과 기고를 통해 사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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