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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년 벤처신화' 팬택 결국 법정관리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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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월 내 법원 결정…이준우 팬택 "분골쇄신 자세로 경영정상화"

[김현주기자] 팬택의 '벤처신화'가 결국 23년만에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팬택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재개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현금 확보가 여의치 않아 결국 법정관리 절차를 밟는다.

12일 팬택은 이사회 결의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날 오전 9시 이준우 대표를 비롯 문지욱 중앙연구소장(부사장), 조준호 품질생산본부장 (전무) 등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박근우 전 증권감독원 부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개최한 팬택은 한 시간여 만에 법정관리 신청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오후 2시경 이준우 대표는 공식 발표를 통해 "팬택은 12일부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됐다"라며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모아 분골쇄신(粉骨碎身)의 자세로 하루라도 빨리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법원이 법정관리를 받아들이더라도 팬택은 독자 생존이 어려워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3년간 4천800여건의 특허를 확보하고,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하던 팬택이 벤처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결국 주저앉게 돼 안타까운 시선이 모이고 있다.

◆ 어쩌다 이 지경까지…

팬택은 한때 삼성, LG전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휴대폰 시장 2위까지 도약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의 양강 체제가 심화되면서 경쟁력 약화로 유동성 위기를 잇따라 겪었다.

지난 2007년 1차 워크아웃에 들어간 팬택은 고강도 구조조정, 사업구조 개선 등을 단행한 끝에 4년8개월만에 졸업했다.

이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경쟁 심화 및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보조금 규제 등으로 시장이 출렁거리면서 또 한번의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워크아웃 졸업 26개월만인 지난 3월 팬택은 두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그 사이 창업주 박병엽 부회장이 회사를 떠났고 남은 이준우 대표의 진두지휘아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위기는 지난 6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출자전환(1천800억원)을 전제로 4천800억원의 지분 출자전환 계획을 추진하면서부터 더욱 심화됐다.

이통사는 주요 주주로 올라서는 것 등을 우려하면서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했다. 결국 이통사들은 채무상환을 2년 유예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채권단이 3천억원을 출자전환하기로 하면서 워크아웃이 재개됐다.

그러나 이통사는 출자전환이 추진되던 6월부터 팬택의 단말기 구매를 거부했다. 재고가 50만대 이상 남아있다는 것 때문이다. 국내 이통사를 대상으로 한 사업에 의존하고 있는 팬택은 3개월간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결국 지난달 약 500억원의 채무와 함께 지난 10일까지가 시한인 220억원 규모의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게 됐다.

◆ 법정관리 신청 후 절차는?

법원은 일주일 이내 팬택의 채권·채무 관계를 모두 동결한다. 이후 신청일부터 한 달간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한다. 기각이면 팬택은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법원 주도로 회생 계획이 추진된다. 채무조정, 출자전환, 무상감자 등이 계획이 포함된다.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 법정관리를 개시한다. 신청부터 최종 개시까지는 일반적으로 1년이 소요된다. 팬택은 워크아웃 실시 경험으로 기간이 단축될 수도 있다.

업계는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최근 실시한 채권단 실시 결과 계속기업가치(3천824억원)가 청산가치(1천895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법정관리를 기점으로 갚아야 할 채무가 유예되고 회생방안이 마련되지만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정관리로 팬택의 채권·채무가 동결됨에 따라 협력사들은 부품 대금을 받지 못하게 돼 연쇄 도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팬택의 1, 2차 협력사는 550여개에 이른다.

또한 팬택은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받으면서 향후 경쟁력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를 꾀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마케팅, 영업 등 사업 전반에 악영향이 미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이통사들이 지금처럼 재고 소진 등을 이유로 단말 구매를 거부하게 되면 경영 정상화는 더욱 어렵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제 3자 매각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정관리로 채무가 탕감돼 매각의 걸림돌이 일시에 사라지기 때문. 실제 인도, 중국업체들이 팬택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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