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세월호 유가족들이 15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가족 소원을 들어달라'며 편지를 썼다.
유족들은 편지를 통해 "교황님이 아르헨티나 추기경이었을 때 부에노스아이레스 화재 현장에 직접 달려가 구조 활동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소방차보다 먼저 달려가 법원이 판결 내렸을 때도 어영부영 넘어간 정부와 검찰을 강력히 비판했다"고 글을 시작했다.
유족들은 "수백명의 신부님 수녀님이 광화문 광장에서 가족들, 시민들과 함께 단식 농성을 하고 있지만 그런 노력이 쓸모 없도록 한국 정부와 수사 기관, 사법기관과 국회, 심지어 언론은 가족들 요구에 대해 아는 척하지 않는다"고 한국 공식 기관에 대해 강한 불신을 표했다.
유족들은 "우리 요구는 단순하다. 가족들이 죽어간 이유를 알고 싶다는 것"이라며 "사고 후 대통령과 많은 정치인들의 약속,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고 특별법을 만들어 진실을 밝혀주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이 거짓말일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고 분노했다.
유족들은 "언제든지 찾아오라더니 청와대 가는 길을 경찰이 막는다"며 "대통령은 사고 당일 7시간 동안 행적이 불분명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그조차 알려하지 말라 한다. 참사를 조사하는 여당의 국회의원은 가족을 모욕하는 문자를 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사고에는 무능했던 정부와 여당, 공권력은 우리 가족들을 괴롭히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다"며 "온통 거짓말과 기만으로 일관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세월호 유족들은 "가족들은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서 기소권, 수사권이 있는 조사위원회를 만들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특별법은 돈을 달라는 것도,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죽어간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죽은 아이들 중에는 교황님을 존경하고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 소년이 있었다"며 사제의 꿈을 꾸던 고 박성호 군과 김웅기 군, 장준형 군을 말하며 "교황님이 우리 가족의 소원을 들어달라. 왜 죽었는지는 밝혀야 죽어서라도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있겠다"고 호소했다.
유가족들과 생존학생 38명은 이날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에 참여하고 그 중 10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공개 면담할 예정인 가운데 유족들은 이 편지를 교황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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