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백혈병 보상안 협상 참여자 일부를 대상으로 우선 보상하겠다는 삼성전자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18일 반올림은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병들고 죽어간 모든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보상하라"고 주장했다.
반올림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삼성 그룹 내 전자산업 부문 계열사에서 일하다 백혈병, 뇌종양 등 중증 질환에 걸렸다고 알린 제보자는 총 233명에 달한다.
이중 협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LCD 부문 제보자만 하더라도 164명이다. 그중 사망자는 70명이다.
삼성전자는 협상에 참여해온 피해자 가족 8명을 대상으로 먼저 보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13일 반올림이 전달한 산재 신청자 명단(33명)에 대해서는 자체 기준에 따라 검토한 후 보상 대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명단 제출은 삼성이 보상 대상 확대를 위해 반올림에 요구한 것이다.
이날 반올림 측은 "삼성은 직접 교섭에 나선 8명의 피해자에 대한 보상 논의부터 하자며 피해자들 사이를 가르려했다"며 "협상장 밖에는 30~40명이 더 있고 산재신청조차 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100여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도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한지 긴시간이 지났지만 삼성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중증환자, 사망자에 대한 보상은 추후 논의하자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실제 삼성전자 백혈병,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병을 얻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직접 증언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일하다 다발성 경화증을 얻은 김미선씨, 뇌종양에 걸려 투병 중인 한혜경씨,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유방암을 앓고 있는 박민숙씨 등이 피해를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13일 여섯 번째 협상을 마친 후 반박의 의미로 열린 것으로 보인다. 협상단에 포함된 유족 및 피해자 8명 가운데 5명이 삼성과 피해보상 논의를 별도로 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 내 반도체 사업장 환경 감시 및 노조 설립 등 노동 문제 전반이 보상 문제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내부에 이견이 제기된 가운데 기자회견을 통해 결속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반올림의 뜻이 확고하다는 것을 알릴 필요성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반올림의 이종란 활동가는 기자와 만나 "피해 보상, 재발방지 대책, 사과는 따로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라며 "보상에 대해서만 우선 이야기하자는 삼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삼성과 별도로 보상 논의를 하겠다는 유족 5명과 따로 떨어져 행동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 동안 뜻을 같이 해오신 분들이기에 계속 함께 하도록 (설득하는 등) 노력할 것"이라며 "그러나 의견이 다르니 (반올림에서) 나가라고 한 적은 없다"라고 일축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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