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국내 가전 업체 최대 라이벌 삼성·LG전자가 또다시 감정싸움에 휘말린 형국이다.
삼성과 LG전자는 양사 모두 2015년 세계 가전 1위 목표로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경쟁이 가열되는 만큼 제품과 기술 등 곳곳에서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그동안 두 회사의 분쟁이 냉장고 용량 과대 광고 논란, 에어컨 점유율 논쟁 등 일종의 마케팅전이었다면, 이번엔 사업 수장까지 걸린 사안이라 소송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4일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조성진 사장과 세탁기 담당 임원 등을 업무방해,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조 사장이 지난 3일(현지시간) 베를린 시내 유로파센터 슈티클리츠 매장에서 자사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도어 연결부(힌지)를 고의로 파손하는 장면을 CCTV로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IFA 개막 직전 LG전자 간부가 경쟁사인 삼성전자 세탁기를 독일의 한 양판점에서 고의로 파손했다는 주장이 제기, 현지 경찰이 개입하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유수의 가전 및 정보기술 업체와 전력을 다해 경쟁하고 있는 이 시점에 국내 업체 최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진실을 가리기 위해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기업 간의 올바른 경쟁질서 확립 차원에서도 진실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쟁사 사장 수사 의뢰-제품 결함, 흠집내기 '점입가경'
이에 대해 LG전자는 "글로벌 세탁기 1위 업체에 대한 흡집내기 아니냐"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사에는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성진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행사 기간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을 방문해 경쟁사 제품을 살펴본적은 있다"면서도 "(삼성) 제품에 결함이 있었을 뿐 고의적으로 세탁기를 파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 출장 시 경쟁사 현지향 제품과 사용환경을 살펴 보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는게 LG전자 측 주장인 것. 또 LG전자는 삼성 제품에 결함이 있었다는 기존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다른 회사 세탁기들과는 달리, 유독 특정 회사(삼성) 해당 모델은 세탁기 본체와 도어를 연결하는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며 "여러 회사 제품을 똑같이 살펴보고 나왔으나, 해당 매장측에서는 당사 임직원 방문 후 지금까지 당사에 어떠한 요구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정 회사의 제품을 파손시켜 그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당사 임직원들이 직접 그런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상식적일 것"이라며 "이번 일이 글로벌 세탁기 1위 업체인 당사에 대한 흠집 내기가 아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이 LG가 사실을 오도하고 있고, 상대 회사 제품을 근거 없이 비방하고 있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러자 삼성측이 이같은 LG측 주장을 재 반박하고 나서는 등 상황이 악화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재차 공식입장을 내고 "여전히 사과는 커녕 거짓해명을 반복하는 것에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한 회사의 최고 임원이 남의 매장에서 제품을 파손시켜 놓고 떠난 것은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특히 (LG전자는) 해당 매장측에서 지금까지 어떠한 요구도 없었다 해명했는데, 이미 독일 자툰 슈티그리츠 매장측에서 지난 5일 베를린 45구 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다"며 "진실은 한국 사법기관에서 밝혀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LG측 주장에 맞섰다.
그러나 LG전자 측은 재차 "현재까지 당사 독일법인은 물론 본사도 매장측과 경찰당국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바 없다"고 이를 일축, 진실공방으로 흐르는 형국이다.
세계 가전 1위 목표를 나란히 내세운 삼성·LG전자의 신경전과 설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회사는 지난 2012년 냉장고 용량 과대 광고 논쟁이 붙어 소송전을 벌이다 지난해 소송을 취하, 조용히 마무리했다.
지난해 3월에는 양사의 에어컨 시장점유율을 놓고 삼성전자가 '국내 가정용 에어컨 점유율 1위'라는 광고를 내보자 LG전자가 인용 통계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내년 세계 가전 1위를 내건 만큼 시장 점유율, 마케팅 등에서 그동안 크고 작은 신경전이 계속 돼 왔다"며 "이번 사안의 경우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과 조성진 LG전자의 사장이 명예가 걸린 사안이 만큼 큰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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