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금융감독원이 23일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와 제재 업무와 일하는 방식을 확 바꾸겠다며 혁신을 선언했다.
관행적 검사는 줄이고 사후점검보다 사전예방 강화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금융회사의 자체 시정을 권장하고 과도한 자료 요구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16일 금융혁신위원회에서 논의한 사항을 다수 반영한 것이다.
◆종합검사 절반 이상 감축…사전예방 감독 강화
금감원은 우선 검사관행 혁신을 위해 관행적인 종합검사를 절반 이상 감축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종합검사를 2~3년을 주기로 연평균 약 45회 실시했으나, 앞으로는 취약회사를 중심으로 20회 내외로 시행할 예정이다.
사후적발 위주로 했던 검사는 사전예방 감독방식으로 전환한다. 기존의 업무전반 검사에서 벗어나 '사전예방 금융감독시스템'을 통해 파악한 위험요인 및 개인정보유출,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등 다수의 금융소비자 권익과 직결되는 사안 중심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키로 했다.
금융회사의 경영상 취약점을 제시해 자체적으로 개선토록 유도하는 컨설팅 방식 검사도 대폭 활성화할 방침이다.
부실여신 책임규명은 금융회사 자체 책임하에 실시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등의 부실여신에 대한 책임규명은 금융회사가 직접 맡고, 금감원은 시스템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중대·거액 부실여신(예:50억원 이상) 중심으로 검사할 생각이다.
금융회사 내부감사를 통한 자율시정기능도 대폭 강화한다. 이 또한 금감원은 중대한 사항에 집중하고, 경미하거나 자율시정이 가능한 사항은 금융회사가 스스로 개선토록 조치할 예정이다. 특히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위규사항은 유형화해 이를 금융회사가 자체 시정토록 하고, 그 이행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직원 직접제재는 금융회사에 맡겨
제재방식도 개선에 나선다.
직원에 대한 직접제재는 90% 이상 금융회사에 조치를 의뢰할 생각이다. 금융질서 교란, 다수의 금융소비자 권익 침해 등 중대한 법질서위반 행위만 금감원이 맡는다.
다만, 사실상 임원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미등기 임원 등 집행간부는 금융회사 의뢰대상에서 제외된다. 내부통제시스템이 갖춰진 은행, 보험사 등 대형금융회사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여신면책제도도 활성화한다. 면책신청이 있는 경우 면책여부 판단은 담당자 개인이 하지 않고 검사국장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사전심사를 실시한다. 또 업무취급시점이 장기간 경과한 사안은 제재시효제도 도입 이전이라도 제재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검사대상기간을 일정기간(예:5년) 이내로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위반·부당행위가 연속되거나 중대한 위반행위 등은 확장 운영할 계획이다.
더불어 사소한 업무처리 지연이나 절차 미준수, 금융회사 내부기준 위반 등 경미한 위반사항은 제재 대신 현지에서 바로 시정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또 현지조치는 검사현장뿐 아니라 검사가 끝난 이후에도 일정기간 내에 검사국장, 검사반장 등이 참여하는 내부협의체 심사를 거친 경우에도 가능토록 할 방침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중징계 사안은 조치수준의 적정성을 금융회사와 사전에 협의하는 방안도 도입했다(2014년 5월부터 시행). 제재결과에 대한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제재대상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는 대심(제재심의위원이 제재대상자와 검사부서를 상대로 질의하고 답변을 듣는 것)제도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과도한 자료 요구도 줄인다
금감원은 이밖에도 금융회사에 대한 과도한 자료 요구도 줄이고, 감독규정 등에 따라 금융회사가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의 필요성도 전면 재검토해 불필요한 보고서는 폐지할 방침이다.
또 금융회사들로부터 들어오는 각종 금융관련 질의는 금감원 부서내 전담변호사가 신속히 답변하고, 법규관련 반복적 질의·답변 자료는 전용사이트에서 지원한다(현행 금감원 홈페이지의 '금융법규' 메뉴내에 '법규관련 FAQ' 코너 신설 예정).
인허가 심사 프로세스 역시 담당 임원이 매주 단위로 직접 관리하고, 심사결과는 만족도와 애로사항을 평가해 미비점을 보완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법규개정이 없이 바로 시행 가능한 개선과제는 즉시 시행하고, 자료요구 절차 개선이나 '법규관련FAQ' 코너 신설 등은 전산시스템 개편 및 TF 운영 등을 통해 내년 상반기까지 조속한 시일 내에 시행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