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논란으로 산업보건 안전 관리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같은 반도체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선제적 차원에서 전문 검증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보건관리을 강화하고 나서 주목된다.
SK하이닉스(대표 박성욱)는 외부전문가와 노사대표로 구성된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를 운영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외부전문가 7명과 노사대표 4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 회사로부터 일체의 권한을 일임 받아 회사의 보건과 관련된 종합적인 진단 및 자문을 맡게 된다.
검증위 위원장은 아주대 예방의학교실 장재연 교수가 추대됐으며 화학물질 및 작업환경 검증과 개선, 임직원 보건관리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전문가인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박동욱 교수 ▲단국대 예방의학교실 권호장 교수 ▲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김형렬 교수 ▲가톨릭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이혜은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또한, 생산인력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임직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여성환경연대 강희영 사무처장(이안소영 정책국장도 필요시 지원)과 위원회 활동의 법률적 검토 및 지원을 위해 ▲환경법률센터 운영위원 법무법인 한결(유) 김호철 변호사 등 시민단체 인사도 함께한다.
여기에 노사대표로는 노조측 2명과 회사측 2명의 임직원이 포함, 임직원 스스로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 나가는데 공헌할 수 있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외부전문가로 구성돼 회사의 환경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경영자문위원회'에 전문가 인선을 의뢰, 이번 위원회 구성에 객관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삼았다"며 "인선된 외부전문가들은 반도체 직업병 문제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회사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신뢰 높은 인사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앞으로 회사 작업환경 실태조사와 함께 건강 및 예방관리 등 보건관련 전분야를 정기적,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선진적인 시스템을 구축, 산업현장의 미래지향적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조정위 구성 탄력, SK하이닉스 선제대응 '주목'
반도체 공장을 둘러싼 보건관리 필요성은 잇단 누출사고에 이어 삼성전자의 백혈병 피해와 같이 기업들에는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백혈병 등 문제로 논란이 커졌던 삼성전자는 피해자 가족과 보상을 위한 제3의 '조정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발 방지책 마련 등에 나선 상태.
SK하이닉스도 이 문제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전문적인 검증위를 구성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검증위를 통해 정기적이고 종합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안전한 산업현장을 위해 전현직 임직원 건강검진을 확대 운영 및 콜센터 운영 등 등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이번에 구성된 검증위는 이달 중순 이후 향후 1년간 작업환경 실태조사와 직업병 의심사례를 비롯한 산업보건진단에 나서게 된다.
이를 통해 사업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의 노출량 파악 및 위해성 평가 등을 실시하고 과거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및 작업환경 연구 이후 개선된 사항에 대해서도 재점검 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약 5개월 정도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보다 더 정밀한 조사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감안,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게 됐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조사 후에는 진단결과를 내·외부에 공유하고 도출된 개선 사항을 단계별로 이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임직원의 건강관리 및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먼저 반도체 공정에서 근무 중인 특수검진 대상자에게는 법에서 규정하는 검진항목 외에도 1급 발암성 병원체 검사 및 암유전자 검사 등 10여종의 암 검진 항목을 추가해 내년 건강검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12월 중 사내에 '건강지킴이 콜센터'를 열고 퇴직자를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이 방문 또는 전화를 통해 자유롭게 본인의 건강에 대해 상담하고, 사내병원은 물론 외부병원과 연계해 건강관리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콜센터에 접수된 사례 중 각종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어려움에 처해있는 전현직 임직원들이 형평성에 어긋나고 소외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치료비와 위로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검증절차와 구체적인 지원 기준, 콜센터 이용 방법 등은 이번에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확정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추후 결정사항을 공개적으로 알려 관련된 임직원들이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반도체 공정에서 근무하는 협력사 임직원들에게도 SK하이닉스 임직원과 동일하게 10여종의 암 검진을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게 지원하는 등 협력사 건강관리 프로그램도 강화할 예정이다.
환경안전본부장 김동균 부사장은 "지난해 '환경경영자문위원회'를 재구성, 환경경영의 객관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듯, 보건 분야도 '산업보건검증위원회' 구성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 받고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 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위원회 구성 외에도 산업보건의·산업환기·화학물질 위험(위해)성 평가·역학(보건통계) 분야 석박사급 전문인력 채용을 늘리는 동시에 환경·안전보건(ESH) 경영에 전사적 자원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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