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총수 공백과 계열사 실적 악화 등 잇따른 악재에 흔들리고 있는 SK그룹 CEO(최고경영자)들이 위기극복 방안 마련과 새로운 경영전략 수립에 머리를 맞댄다.
22일 SK그룹에 따르면 오는 28~29일 경기 용인 SK아카데미연수원에서 '2014년 정례 CEO 세미나'를 갖고 내년도 경영계획과 주요 현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세미나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관으로 열리며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등 주요 계열사 CEO 30여명이 참석한다.
SK그룹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한 차례씩 그룹 최고경영진들이 모여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또 계열사 CEO들은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사장단회의나 매주 열리는 비상경영협의체 회의를 통해 주요 경영현황을 공유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지난해 1월말 1심 공판에서 법정 구속된 후 600여일을 넘긴 수감생활로 부재 중인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과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그룹 핵심 계열사의 경영실적 악화 등 당면한 경영 위기의 극복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오너 부재 장기화…해법은?
SK는 지난해 열린 CEO세미나에서 '안정과 성장'에 방점을 찍고 올해 경영전략을 수립한 바 있다. 또 오너 공백으로 빚어지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굵직한 글로벌 신규사업 차질 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따로 또 같이 3.0'의 핵심인 수펙스 및 산하위원회의 리스크 관리 및 성장동력 발굴 기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최 회장 부재 이후 미뤄왔던 신규사업과 해외투자 정상화 등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지는 위원회의 역할 자체가 예정된 기존 프로젝트 진행 등 '현상 유지'에 그쳐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시도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지난해 STX에너지, ADT캡스 인수에서 막판에 손을 뗏고, 올 들어 호주 유류공급업체 UP 입찰도 포기했다. 올해 초 태양광전지 사업에 이어 지난달에는 차세대 연료전지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최근에는 세계 4위 자동차 부품 회사인 독일 콘티넨탈과의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업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에서 자칫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총수 공백이 장기화 되면서 성장동력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그룹을 현상 유지시키는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중국 우한석유화학프로젝트, 하이닉스 인수 등 최태원 회장이 주도해 왔던 그룹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단을 내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오너 부재로 그룹을 이끌어 갈 구심점의 부재가 각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로 번지고 있다"며 "그룹 최고경영진들이 현재 상황을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실적 추락에 회복방안 논의…연말인사 '칼바람'도 감지
앞서 SK는 올해 6월말 열린 CEO세미나에서도 총수 부재와 경영실적 부진에 따른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밤샘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최 회장의 경영 공백에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계열사들의 실적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실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그룹 핵심 계열사들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제마진 하락과 원화강세, 석유사업 부문의 부진 등이 겹치면서 지난 2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오는 28일 3분기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지만 정유업황 부진과 환율 급락 등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금 창출원인 SK텔레콤 역시 시장 포화상태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영업이익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점유율 50% 선이 무너지면서 내부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에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며 고군분투 하고 있다. 하지만 업황 변동성과 대규모 시설투자가 상존해 안정적인 버팀목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번 세미나에서는 지난 6월말 열린 세미나에서 나왔던 각종 쇄신 방안들을 점검, 발전시켜 각 계열사들의 수익성을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올해 대내외적 환경이 여의치 않은 점을 감안해 내실경영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에서는 각 계열사별로 올해 경영실적을 공유하고, 내년도 경영전략과 투자·고용 등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여느 때와 달리 이번 세미나를 통해 그룹 전반에 분위기 쇄신을 꾀할 수 있는 긴박한 경영 메세지가 나올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연말 인사철이 다가오면서 계열사 임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분위기도 감지된다.
SK는 내달께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계열사 평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어 12월께 연말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계열사의 급감한 실적을 업황 악화에 무게를 두지 않고 신상필벌(信賞必罰)이라는 인사 원칙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실적부진을 면치 못한 계열사의 경우 CEO 교체 등 이른바 '물갈이'식 인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SK그룹 계열사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실적이 개선될 여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그룹 안팎에서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핵심 계열사들을 포함해 연말인사에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SK가 최 회장의 부재로 경영방침의 초점을 성장보다는 안정에 두고 있는 만큼,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두고 인사 폭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