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ICT 분야를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지난 27일 마무리됐다. 여야의원들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그리고 증언을 위해 출석한 일반 증인과 참고인들에게 집중적으로 ICT 정책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다.
여야의원들의 질의 요지는 크게 세가지를 요약된다. 세가지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한 문제점과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700㎒ 주파수의 방송용 할당 주문 ▲카카오톡 감청과 관련한 사이버검열 논란 등이다.
◆분리공시 도입하고 통신비 거품 걷어내자
비싼 가계통신비 문제는 매년 국정감사 기간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특히 올해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시행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통신비 인하에 대해서는 여야의원들이 한목소리를 냈다. 먼저 의원들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당초 포함됐다가 규제개혁위원회를 거치면서 사라진 '분리공시' 제도의 재도입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보조금이 올라가거나 요금이 내려가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며 "분리공시를 도입해서 보조금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도 "지금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서도 분리공시를 충분히 도입할 수 있는데도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분리공시 도입이 무산됐다"며 "분리공시를 방해한 조항을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해 분리공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방위 의원들은 일반 증인과 참고인으로 이통3사 임원들과 삼성전자 임원에게도 통신비와 휴대폰 출고가를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특히 삼성전자 배경태 한국총괄 부사장에게는 "출고가를 부풀린 것을 인정하느냐", "해외와의 가격차이 이유를 설명하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처럼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지자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17일 이통3사 CEO들과 삼성전자, LG전자 사장급 임원을 호출해 보조금을 확대하고 출고가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등 실질적인 통신비 인하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700㎒ 주파수는 주인은 통신사 아닌 지상파?
700㎒ 주파수도 이번 국정감사의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이 주파수는 지난 2011년 옛 방통위가 '모바일 광개토 플랜'을 의결, 이동통신용으로 40㎒ 폭을 배분하기로 결정됐다. 하지만 여야의원들은 지상파 방송사의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해 사용되야 한다며 배분 계획을 새로 결정하라고 주문했다.
700㎒에 대해서도 여야 의원들은 전혀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여야의원 가운데 누구도 700㎒ 대역의 40㎒ 폭을 이미 결정된대로 이동통신사에게 할당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이미 결정된 사안을 뒤집는 일인데도 모두가 입을 모아 UHD를 위해 지상파에게 할당하라고 외쳤다.
일부 의원들은 통신사가 오히려 700㎒ 대역보다는 2.6㎓ 대역 할당을 원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며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미 옛 방통위가 의결한 주파수 배분 계획을 전면 수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확고히했다. 정부가 이미 한번 결정했던 사안을 특별한 이유없이 뒤집는 것은 정책의 연속성, 신뢰성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최 장관과 최 위원장은 "방통위가 이미 의결한 정책이 의미가 없다고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여야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미래부와 방통위가 잘 협의해 700㎒ 주파수 문제를 해결하겠다. 국회에도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논란을 마무리했다.
한편 미래부와 방통위는 700㎒ 주파수 할당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윤종록 2차관과 이기주 상임위원이 참여하는 차관급 정책협의회를 운영중이다.
◆카카오톡 '사이버검열' 논란, 미방위 여야 힘싸움 분위기로 흘러
이번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이 가장 큰 입장 차이를 보인 이슈는 카카오톡으로부터 촉발된 '사이버검열' 논란이다.
야당의원들은 검찰의 통신제한조치허가서(감청영장)에 다음카카오가 응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넘겨줬다고 질타했다. 또한 이같은 사이버검열 때문에 국내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당의원들은 다음카카오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영장에 불응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두고 법치주의 국가에서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감청영장에 대해 정보를 제공한 것과 주무부처인 미래부에 대한 문제제기는 없었다.
사이버검열 논란에 대해서는 야당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전병헌 의원은 국정감사 마지막날인 지난 27일 참고인으로 출석한 다음카카오 이병선 이사에게 "감청영장으로는 서버에 저장된 이용자간 대화를 넘겨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알고도 그냥 정보를 제공한 것은 과잉친절 서비스"라며 "이후에는 영장에 불응하겠다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서 국민들의 기만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유승희 의원과 홍의락 의원은 최양희 미래부 장관의 입장표명을 요구했다. 정부의 무차별적인 사이버검열로 국내 유력 ICT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데 주무부처 장관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양희 장관은 "다음카카오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답하면서도 정부의 사이버검열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해야 한다면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같은 이슈에 대해 제가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편 국정감사를 마무리한 국회는 이번주부터 예산 심사 및 입법활동에 돌입한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던 통신비 이슈와 사이버 검열에 대한 논의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정감사 도중 발의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개정안도 연내 처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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