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불법 보조금을 막겠다며 진통 끝에 선보인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이통사들의 '아이폰6' 불법 보조금 행태는 사라지지 않았다.
잘못된 과거의 행태를 바로잡으려는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치고 빠지기식' 불법보조금의 재발은 지금까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 '무능한' 정부의 탓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새벽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난달 31일 출시된 아이폰6를 10만~20만원 수준으로 판매한다는 유통점들의 글이 등록됐다. 실제로 이 가격에 아이폰6를 사기 위해 새벽에 유통점 앞에서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새벽에 길게 줄을 서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이후 난산 끝에 법제화된 단통법이 시행 한달 만에 무력화된 사건이 벌어진 셈이다.
◆정부 비웃는 이통사, 리베이트 늘려서 불법 보조금 지급 유도
이른바 '아이폰6 대란'이라고 불리는 이번 보조금 차별지급 사태와 관련, 이동통신사들이 일차적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통사들은 1일 저녁부터 유통점에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대거 늘리면서 불법 보조금 지급을 사실상 방조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점 관계자는 "보조금은 그대로지만 (유통점)리베이트를 늘린다는 것은 리베이트를 페이백 등 우회적인 형태로 고객에게 지급해서 가입자를 확보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며 "독약인 것을 알지만 유통점 입장에서는 알고도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이른바 '대란'이라고 불리는 불법 보조금 투입은 주로 이통사들이 유통점 리베이트를 크게 늘리면서 발생했다. 예컨대 아이폰6를 하나 팔면 리베이트로 5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면 유통점은 이 리베이트 가운데 절반 가량인 25만원을 추가로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리베이트를 줄여도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에서 이뤄지는 판매방식이다.
단통법에 의해 유통점이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인해 과태료 처분을 받을 때, 최고 과태료 금액은 1천만원이다. 불법 보조금을 투입해서 과태료인 1천만원보다 더 벌 수 있다고 판단되면 위법인 것을 알면서도 리베이트를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이번 '아이폰 대란'도 마찬가지다. 이통사들은 보조금을 확대한 것이 아니라 리베이트를 늘렸다고 발뺌한다. 사실상의 불법을 유도하는 셈이다.
◆정부 솜방망이 처벌에 '관성' 생겨
지난 2일 대란이 발생한 이후 정부의 대응책은 이통3사 임원들을 소집해 경고조치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보조금을 상향 시킬 수 있었음에도 리베이트만을 상승시켜 불법을 방조한 책임이 이동통신사에 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입장은 이통사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지만, 이는 간접적인 것으로 직접적인 책임이 유통가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데 그친 셈이다.
그동안 정부는 매번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행위에 대해 이통3사에 과징금 및 영업정지 제재를 내렸다. 그러나 과징금을 수차례 때려도 이통사는 차별적 보조금 지급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은 정부의 처벌이 솜방망이였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영업정지도 마찬가지다. 영업정지 제재로 이통사들이 영업을 하지 못하자 이통사들의 실적이 좋아지는데 그쳤다. 마케팅비를 집행하지 않으면서 영업이익이 오히려 상승한 것이다. 이런 영업정지로 인한 피해는 일선 유통점에만 전가됐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유통점에 책임을 돌린 채 이통사에 솜방망이 제재를 한다면 단통법의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고 바라보고 있다. 단통법 이전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시장의 구조라면 단통법은 시행 한달 만에 ‘계륵’의 꼴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법 시행 이후 등장한 첫 위법사례에 대해 당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의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법에 명시된 대로 이통사 임원들에 대한 형사고발까지 제기할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수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위법행위를 저지른 이통사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추가 확인을 통해 사실조사 실시, 과징금 부과, 유통점에 대한 과태료 부과, 법인 임원에 대한 형사고발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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