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싱글몰트가 눈 앞에 있는데 블렌디드 위스키를 먹는 건 말이 안된다."
'싱글몰트' 마니아로 알려진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위스키 성지여행'이란 책을 통해 싱글몰트 위스키의 매력에 푹 빠졌음을 고백했다. 그가 아일랜드·스코틀랜드를 여행하며 쓴 이 책을 읽다보면 싱글몰트 한 잔을 마셔보고 싶은 충동이 절로 일어난다.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최근 국내에도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기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아직까지 국내 위스키 시장의 95%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차지하고 있지만, 싱글몰트 위스키 판매 비중이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블렌디드 위스키는 몰트 원액에 귀리·옥수수·밀 등 그레인 위스키를 섞어 만든 혼합주를 뜻하며, 조니워커와 발렌타인이 대표적이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몰트(발아된 보리) 100%를 원료로 사용해 일체의 첨가물 없이 제조되며, 맥켈란·글렌피딕·글렌리벳 등이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7월까지 국내 싱글몰트 위스키 판매량은 3만2천979상자(1상자 500ml X 18병)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6% 늘어났다. 블렌디드 위스키 판매량이 같은 기간 동안 2.8%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싱글몰트를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자 관련 업체들은 소비자층을 다각화하고, 시장 성장세에 더 탄력을 받고자 다양한 체험 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글렌피딕은 오는 20일까지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에 국내 처음으로 '글렌피딕 익스피리언스' 체험 증류소를 짓고, 위스키 제작 과정을 무료로 공개했다.
글렌피딕 홍보대사 강윤수 과장은 "국내에서 소비되는 위스키 약 98% 이상이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스카치 위스키임에도 불구하고 증류소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소비자들을 위해 공간을 마련했다"며 "단 한 곳의 증류소에서만 생산되는 정통성을 가진 싱글몰트 위스키를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영상과 인포그래픽, 소품 등을 통해 쉽게 싱글몰트 위스키 제조 전 과정을 볼 수 있으며, 45년 경력의 오크통 제작 장인 이안 맥도날드(Ian McDonald)가 직접 오크통 제작과정을 시연한다.
이안 맥도날드는 "미국에서 100~200년된 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에 버번 위스키를 한 번 숙성시킨 뒤 스코틀랜드로 재료를 다시 들여와 오크통을 직접 만든다"며 "8명의 장인이 하루에 24개 정도의 오크통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렌피딕은 이곳에 재미난 즐길거리도 마련해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스코틀랜드 전통 백파이프 연주를 감상할 수 있으며, 인터랙티브 테이블 바(bar)를 통해 음용하고 있는 몰트 전용 잔을 가져가 대면 술에 대한 연산과 탄생 스토리 등이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글렌피딕 브랜드 매니저는 "지난해 국내 위스키 시장이 전년 대비 12.8% 감소했지만 글렌피딕은 싱글몰트 트렌드를 이끌며 11.3% 판매량이 늘었다"며 "앞으로 이런 행사를 통해 싱글몰트 위스키와 블렌디드 위스키의 차이를 소비자들이 알아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맥캘란은 다음달 3일부터 사흘간 서울 서초구 잠원동 프라디아에서 2030세대 8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시음행사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생산량이 한정돼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맥캘란 12년에서 18년까지 총 3가지 위스키를 맛볼 수 있다. 또 소설가 성석제, 영화감독 박찬욱, 철학자 강신주를 초청해 토크 콘서트도 진행한다.
맥캘란 관계자는 "스코틀랜드 맥캘란 증류소에서 제공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왔다"며 "'오감체험' 부스를 마련해 이삼십대 소비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몰트 위스키의 세계를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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