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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피라미드에 얽힌 이집트의 수학이야기! 작도와 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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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관한 유명한 격언인 '수학에는 왕도가 없다'라는 말은 세계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론 이 말은 워낙 오래전부터 전해졌기 때문에 정확하게 누가 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하지만 수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유클리드가 당시 이집트의 지배자였던 톨레미(프톨레마이오스라고도 부른다) 왕에게 이 말을 했다고 여기고 있다.

톨레미 왕은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후에 이집트를 지배했고, 유클리드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대학의 수학교수였다. 톨레미 왕은 뛰어난 수학자인 유클리드에게 기하학을 배우고 있었는데, 왕은 기하학이 너무 어려워 유클리드에게 물었다.

"기하학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겠소?"그러자 유클리드가 말했다.

"왕이시어. 길에는 왕께서 다니시도록 만들어 놓은 왕도가 있지만, 기하학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위에서 말하는 '왕도'는 기원전 330년 알렉산더 대왕에게 멸망당한 페르시아 제국이 만든 길이다. 이 길이 만들어진 배경을 간단히 알아보자.

페르시아 제국은 수도를 정치 중심지인 수사, 겨울 궁전인 바빌론, 여름 궁전인 에크바타나의 3개의 도시로 정했다. 그리고 수사와 지중해에 접해있는 소아시아의 사르데스를 잇는 약 2400km의 길을 만들었다. 이 길은 왕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통 사람이 3개월 걸려서 갈 것을 왕의 사자는 이 길을 이용해 1주일 만에 주파할 수 있었다고 하니, 당시에 이 길을 통하는 것이 얼마나 빠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왕의 길' 즉 '왕도'로, 사르데스는 현재 터키의 이스탄불 남쪽에 있는 이즈미르 지역이었으며, 수사는 이라크의 바스라 북쪽지역이다.

왕도가 만들어졌던 기원전 600년경부터 기원전 300년까지의 시기는 수학의 역사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동안 유클리드는 <원론>이란 책을 통해 기존의 수학을 하나로 통합했으며 무한소, 극한, 합의 과정 등과 관련된 수학적 개념을 발전시켰다. 그리고 수학을 이르는 말이었던 기하학은 원과 직선에서 곡선과 곡면을 연구하는 고등기하학으로 발전하게 됐다.

특히 이 시기에는 도형을 작도하는 문제가 한창 유행했다. 작도란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을 사용해 도형을 그리는 것이다. 서양에서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을 사용하여 작도하는 전통은 플라톤(Platon, BC427(?) - BC347)때부터 시작됐다. 플라톤이 작도의 도구로써 자와 컴퍼스만을 고집한 이유는 ‘가장 완전한 도형은 직선과 원이며, 그래서 신은 직선과 원을 중요시 여긴다.’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메네스 왕은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자신이 죽은 후에도 왕을 모시는 피라미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고대 이집트에서 최고 지배자였던 파라오는 신과 똑같은 존재였기 때문에 성직자들은 파라오를 위하여 죽은 후에 영혼이 살 집인 피라미드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피라미드에 관해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쓴 책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책에 따르면 이집트 카이로 근교 기자의 피라미드를 완성하기 위해 10만 명이 3개월씩 교대로 20년 동안 일해 완성했다고 한다. 외부를 장식하는 돌과 돌 사이의 빈틈은 기껏해야 0.5mm 정도일 만큼 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졌으며, 피라미드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의 피라미스(pyramis, 세모꼴의 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집트의 건축가들은 엄청난 크기의 피라미드를 똑바로 세우기 위해서 피라미드의 설계도를 그렸을 뿐만 아니라, 채석장에서 운반돼 온 돌 블록의 가장자리를 어떻게 해야 정확히 땅과 수직이 되게 세울 수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피라미드의 설계도는 오늘날과 같은 정밀한 것이라기보다는 완성된 건물의 모습을 간단하게 그렸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피라미드를 건설하는 사람들은 설계도와 같은 실제 크기의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 설계도에 있는 내용을 피라미드가 실제로 세워질 땅위에 정확하게 표시하는 방법과 세우는 방법 모두를 알고 있어야 했다. 그래서 피라미드 건축가들은 오늘날 우리가 기하학이라고 부르는 실용적인 측정기술을 활용했다.

피라미드 건설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피라미드의 밑면을 정확하게 정사각형으로 만드는 일이다. 바닥에 그려진 사각형의 어느 한쪽 변의 길이가 다른 한쪽 보다 길거나, 네 귀퉁이의 각 가운데 어느 한 각이 직각을 이루지 않는다면, 밑면은 정사각형이 되지 않아 결국 피라미드를 모두 쌓아 올리면 꼭대기가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게 된다. 이와 같은 오차가 피라미드의 밑에 있는 층에서 발생하면 돌을 위로 쌓을수록 그 오차는 점점 더 커질 것이다. 따라서 건축가들은 매우 정밀한 측량을 하고 정확하게 직각을 그려야 했고, 직각을 그리기 위해 그들이 사용한 방법은 바로 작도다.

이집트인들은 작도의 방법을 이용해 피라미드를 세울 땅에 정확하게 정사각형을 그렸고, 그 위에 차곡차곡 돌 블록을 쌓아 올렸다. 작도를 활용해 건설한 대 피라미드는 피라미드의 동쪽 밑변의 길이가 230.391m, 서쪽 밑변의 길이가 230.357m, 남쪽 밑변의 길이가 230.454m, 북쪽 밑변의 길이가 230.253m다. 당시에는 오늘날과 같은 정밀한 측량기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피라미드의 네 변의 길이를 거의 일치시켰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또한 피라미드의 밑면을 이루는 사각형은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의 오차로 네 각이 모두 90°다.

고대 이집트인은 작도로 직각삼각형만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작도로 동, 서, 남, 북의 네 방향을 정확하게 알아내기도 했다. 그들은 해가 뜨는 쪽과 지는 쪽을 각각 동쪽과 서쪽으로 정했고, 두 지점을 직선으로 이은 후 그 직선의 수직선을 앞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작도해 북쪽과 남쪽을 정했다. 이로써 동, 서, 남, 북의 네 방향이 서로 수직이 되게 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기하학을 알지 못했다면 그렇게 정밀한 피라미드를 건설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집트인들의 놀라운 수학실력은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중요한 도구가 됐고, 덕분에 우리는 오늘날 거대한 피라미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글 :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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