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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로봇과 인간의 '불쾌한 골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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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한 여자와 사랑에 빠졌다. 한 로봇 공학박사가 이 로봇에 감정 프로그램을 이식한 것이 계기였다. 그 여자는 바로 로봇을 만든 박사의 약혼녀다. 둘의 사이를 알아챈 박사가 로봇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렸지만, 로봇은 그 명령을 거부했다. 화가 난 박사는 로봇을 폐기처분했지만, 박사를 시기하는 또 다른 로봇 박사의 손에 들어가 인류를 위협하는 병기가 된다. 2010년 인도에서 개봉한 영화 '로봇'의 내용이다.

◆너무 비슷하면 불쾌해!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이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관한 로보틱스 이론이다.

음식점 앞 자동으로 인사하며 움직이는 마네킹을 보고 깜짝 놀랐다거나, 사람의 목소리와 흡사한 음성인식 서비스를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과 같이 불쾌한 골짜기는 일상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현상이다.

2011년 미국의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세이진 교수 연구팀은 모리의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 옳다는 증거를 인간 뇌의 움직임에서 찾아냈다. 연구팀은 세 가지 경우를 놓고 20명의 일반인 참가자의 뇌 반응을 살폈다. 첫 번째는 실제 사람, 두 번째는 실제 사람과 아주 흡사한 인간형 로봇, 세 번째는 내부 골자가 그대로 드러난 로봇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당시 연구진은 인간형 로봇은 사람과 외형은 흡사하지만, 행동은 사람과 달리 기계적으로 움직여 인간형 로봇의 외형과 행동을 연결하지 못해 뇌가 혼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참가자들은 인간형 로봇과 감정 교류에 실패했고, 그것이 거부감으로 나타난 것이다. 2009년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팀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벡스터와 로봇 청소기,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

최근 'SCIENCE'지에서는 이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하고자하는 로봇 공학자들의 노력을 소개하며, 미국에서 개발한 로봇 ‘벡스터’를 예로 들었다. 벡스터는 머리에 회전하는 LCD 스크린이 있고, 팔이 몸통에 붙어있으며, 두 팔에는 집게처럼 손이 달렸지만 다리가 없다. 그의 노동력은 잘 훈련된 노동자의 최대 속도에는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과 달리 밥을 먹지 않고 쉬지도 않으며, 24시간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벡스터의 큰 장점이다. 또한 두 팔이 따로 작동하기 때문에 전혀 관계없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

벡스터와 같은 인간형 로봇은 아니지만 지능형 로봇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 할 수 있는 로봇 청소기를 보자. 턱이나 기둥과 같은 장애물은 피하고, 먼지나 쓰레기는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청소가 끝난 후엔 스스로 충전스테이션까지 찾아가 충전을 하니 신통방통하지 않을 수 없다. 정교한 면에서는 사람보다 떨어질 수 있으나 계속해서 똑똑해지고 있는 중이다.

로봇 공학자들이 끊임없이 인간형 로봇을 개발하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인간이 하기 힘든 일이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을 로봇에 시키는 이른바 '대체 인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간과 똑같은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역설적이게도 로봇이 인간과 흡사해질수록 거부감을 느낀다. 가까운 미래에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살아야 한다면, 로봇은 인간이길 포기해야하지 않을까.

◆인간의 감정을 읽는 로봇의 등장

하지만 인간이길 원하는 로봇이 지난 6월 일본에서 공개됐다. 감정로봇 '페퍼'가 그 주인공이다. 페퍼는 머리에 달린 센서를 통해 사람을 보고 감정을 분석한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반응한다. 사람이 억지로 웃는 것까지 지적할 수 있다고 하니 페퍼의 능력이 놀랍다.

페퍼는 성우를 대신하고, 매장의 직원을 대신하는 ‘대체 인간’의 출발점에 선 것이다.

로봇 공학자들은 불쾌한 골짜기에서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간과 너무 비슷하면 불쾌함을 느끼니 로봇을 상황에 따라 효율성인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로봇이 굳이 인간의 형태를 가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형 로봇은 어떤 형태로든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로봇이 인간을 돕는 '기계'가 될 것인지, 인간과 함께 대화하고 공감하는 '인격체'가 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김세경 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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