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거론되는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 새누리당의 속내가 복잡해 보인다.
겉으로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주류인 친박계와 비주류인 비박계가 엇갈린 주장을 펴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먼저 친박계는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하며 청와대를 적극 엄호하는 모습이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3일 KBS 라디오에서 "찌라시에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음습함이나 교묘함에 그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착각하게 돼 있는데 찌라시의 90% 이상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내가 보기에 조작은 거의 90% 이상, 100% 맞는 이야기"라며 "여의도도 그렇고 정치권 주변이라는 것이 찌라시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장사를 함으로써 자기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도 했다.
홍 의원은 전날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 "여러 사람들에 의해 많이 회자되는 일종의 찌라시 내용이고 이미 여의도에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판명됐다"고 밝혔다.
정윤회씨와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옛날부터 알고 있는 사람들이니 개인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것이지,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대해 논의하고 결정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비박계가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 의혹을 불러 일으킨 원인으로 청와대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이는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을 지적한 것으로 읽힌다.
김성태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어찌됐든 정윤회라는 사람이 대통령 주변 핵심 비서관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비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 아니냐"라며 "정상적인 통로나 절차가 아닌 비선이 살아 움직이는 조직은 결코 바람직한 조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병국 의원은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정운영 전반이 투명하지 못하고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비선, 소위 말하는 권력 실세가 대두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정부에 대한 신뢰와 권위는 추락하게 되고 공직기강이 해이해지면서 국정농락이 되고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 의원은 "청와대 비서실 기능이 너무 비대하다는 생각을 과거부터 해 왔다"며 '문고리 3인방'을 우회적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면 아래 가라앉은 친박·비박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사건과 함께 연말 정국 뇌관으로 꼽히는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위산업) 비리 의혹을 놓고서도 친박계와 비박계, 특히 친이계가 시각을 달리하고 있어 두 사안이 얽히면서 당 전체가 내홍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정소희 기자 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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