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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인적쇄신…최태원 회장 '복심' 전진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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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계열사 사장단 '물갈이'…파격 '세대교체' 통해 위기 돌파

[정기수기자] 9일 전격 단행된 SK그룹의 인사 키워드는 최태원 회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인사들의 전면 배치다.

또 그룹의 양대 축인 에너지와 통신 계열사의 CEO(최고경영자)가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현장에서 지휘하던 젊은 경영진들이 대거 사령탑으로 발탁해 전격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SK이노베이션 사장을 제외하고는 새로운 수장들이 모두 50대다.

당초 최 회장의 경영 공백과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로 칼바람이 예고됐었지만, 그룹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큰 폭의 인사다.

새로 발탁된 사장단은 현장 및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인사들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그룹의 재무통으로 불리는 인사들도 포진됐다.

이번 SK그룹의 대규모 인사는 고강도 인적 쇄신을 통한 조직 혁신으로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과 이에 따른 계열사들의 실적 악화 등 대내외적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그룹 차원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젊은 인재를 발탁해 재무구조 및 사업구조 혁신과 더불어 리더십 혁신을 통해 현재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수펙스추구협의회와 김창근 의장의 위기돌파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과감한 세대 교체로 그룹의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하겠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임 사장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최태원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사들"이라면서 "최회장의 복귀 시점을 쉽사리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복심으로 통하는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오너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력 계열사 4사 CEO 전면 교체…측근 전면 배치

SK는 9일 관계사별 이사회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지난 10월 CEO세미나에서 합의된 '전략적 혁신을 통한 위기극복'을 실행하기 위한 2015년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시행했다.

또 이날 의장후보추천특별위원회와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는 김창근 의장을 '따로 또 같이 3.0' 체제 2기 의장으로 재추대했다.

특히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등 그룹의 핵심 사업영역에서 경영환경 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 C&C 등 주력 관계사의 CEO를 모두 교체하는 과감한 세대교체가 단행됐다.

SK텔레콤 신임 사장에 선임된 장동현(51) SK플래닛 부사장은 하성민 현 SK텔레콤 사장과 마찬가지로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다.

장 부사장의 내부 승진은 이번 인사에서 가장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신임 장 사장은 1963년생으로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마케팅 부문 부사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말 인사에서 SK텔레콤의 플랫폼 자회사인 SK플래닛 사업운영 총괄(COO)로 이동했다.

SK텔레콤과 SK플래닛의 시너지를 강화하고 터키에 '11번가'를 진출시키는 등 플랫폼의 글로벌화를 진두지휘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앞으로 정보통신 업계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유∙무선 통신업이 갖고 있는 성장정체 위기를 돌파하는 것은 물론 혁신적인 ICT(정보기술통신) 성장전략을 수립, 추진할 예정이다.

또 창조경제혁신추진단장을 맡아 창조경제 프로젝트 발굴과 이를 위한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시키는 역할도 담당한다.

자회사 부사장이 사장으로 전격 발탁된 SK텔레콤은 앞으로도 큰 폭의 조직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계열사 CEO중에서 가장 연배가 낮은 축에 속하는 신임 장 사장이 주력 계열사 사장을 맡게 돼 세대교체 바람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성민 전 사장은 SK텔레콤 CEO직을 내려놓고 SK수펙스추구협의회로 이동한다.

SK이노베이션 사장에는 정철길(60) SK C&C 사장이 선임됐다. SK에너지 사장 역시 겸직한다.

신임 정 사장은 1979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한국석유공사에 입사해 정유 및 석유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다. 소버린 사태가 닥친 2003~2004년 그룹 구조조정본부에서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며 위기관리 능력도 갖췄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하락과 정제마진 악화로 올해 실적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사업재편이 가속화 될 전망이다.

정 대표는 SK C&C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중고차 사업 '엔카'를 육성해 위기 돌파형 CEO로 평가되고 있다.

구자영(66)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문덕규(62) SK네트웍스 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구 부회장은 2년밖에 안 됐다는 점에서 유임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2천389억원으로 83.2% 급감했다.

SK네트웍스 사장에는 문종훈(55) SK수펙스추구협의회 통합사무국장이 선임됐다. 문 대표는 SK네트웍스에서 사업부장과 임원을 역임한 바 있어 회사 내부에 정통하고, 2011년 워커힐 사장 재임시 호텔·면세점 사업을 성장시켰다.

SK C&C 사장에는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정호(51) 부사장이 발탁됐다. 신임 박 사장은 신세기통신과 SK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하는 등 SK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 앞장선 인수·합병(M&A)전문가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격인 SK C&C 사장에 신임 박 사장이 발탁된 데 대해 재계에서는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SK C&C→SK(주)→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SK C&C는 SK그룹의 전산업무를 총괄하는 SI업체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분 33.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 C&C는 SK(주)의 최대주주(31.8%)로 사실상 SK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최 회장이 직접 가진 SK(주) 지분은 0.02%에 불과하지만, SK C&C를 통해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옥상옥(屋上屋)' 구조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SK(주)와 SK C&C의 합병 추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박정호 사장이 SK C&C의 새 수장으로 발탁되면서 SK C&C의 외형 확대와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SK는 "박정호 SK C&C 사장은 다양한 글로벌 사업개발 경험을 갖고 있어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 ICT를 통한 강력한 성장을 모색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정통 하이닉스맨'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번 인사 광풍 속에서 역대 최대 실적에 힘입어 예상대로 유임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SK그룹의 인사는 최태원 회장의 측근을 경영 일선에 전면 배치, 총수 공백 여파를 최대한 메우고 최 회장의 복귀 이후를 준비하는 복안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는 실적 부진을 극복할 마땅한 대안마저 찾기 힘든 상태"라며 "위기극복을 위한 변화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동시에 교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펙스協도 자리 이동…임원승진 축소

이날 SK는 주력 관계사의 과감한 세대교체를 보완하고 혁신과 안정을 동시에 도모하기 위해 덕망과 경륜을 갖춘 그룹 내 최고경영진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에 보임했다.

전략위원장에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글로벌성장위원장에는 유정준 SK E&S 사장, 윤리경영위원장에는 하성민 현 SK텔레콤 사장, 동반성장위원장에는 현 동반성장위원회 상임위원인 이문석 사장이 보임됐으며,통합사무국장에는 지동섭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이 보임됐다.

인재육성위원장(김창근 의장 겸임)과 커뮤니케이션위원장(김영태 사장)은 유임됐다.

김창근 의장은 "경영환경 악화와 경영공백 장기화를 돌파하기 위해 전략적 혁신이 무엇보다 시급한 만큼, 이를 주도할 리더십 쇄신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한편 SK는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승진 30명, 신규선임 87명 등 총 117명의 승진인사도 단행했다. 이는 예년보다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 관계사에서 임원 승진규모가 축소, 성과주의 임원인사 기조가 반영됐다.

최근 삼성 등 인사에서 여성임원이 약진하면서 관심을 모았던 여성임원 승진자는 SK네트웍스 박수진 라이센스 브랜드 사업부장 단 1명으로 확인됐다.

삼성그룹이 올해 14명의 여성 승진자를 배출한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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