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11일 "창조경제와 초이노믹스가 단기성과에 급급해 다가올 40년 장기불황에 손을 놓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의 경제노선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 7월 당 대표를 사임한 뒤 오랜 침묵을 깨고 나온 발언이라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가올 40년 장기불황, 한국경제 해법은 무엇인가'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한국이 앞으로 40년간의 장기불황 초입에 다가와 있다"며 "다행히도 이 장기불황 국면을 벗어날 몇년간의 시간이 있다"고 당면한 위기를 진단했다.
안 의원은 인구구조 변화를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했다. 당장 2017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2030년부터 전체 인구가 감소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엔화 약세와 중국 산업 경쟁력의 급성장 등 대외요인과 가계부채 악화로 인한 내수부진이 겹쳐 장기불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우리와 비슷한 경로를 밟은 일본의 경우 1950년부터 1990년까지 장기호황으로 대외자산이 부채보다 많지만 우리는 정반대 상황"이라며 "이대로 장기불황을 맞을 경우 일본과 비교도 어려운 고통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이런 장기불황의 가능성을 두고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창조경제를 통해 혁신경제를 지향하는 방향성은 맞지만, 세부내용이 부족하고 단기성과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창조경제에 대해 "실패한 기업들에게 재도약의 기회를 주려는 노력은 없고 창업과정에서 돈을 대주는 기존 정책에 머물고 있다"며 "실패하는 토양 자체는 그대로라 많은 젊은이들이 빚을 지고 파산에 흽쓸릴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또한 초이노믹스에 대해선 "장기적·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단기적 경기부양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전체적으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가계부채를 낮추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의원은 장기불황에 대한 대응으로 중소·벤처기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중소·벤처기업의 시장진입이 용이한 공정질서 확립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 ▲대표이사 연대보증제 개선 등 재도전 기회 확립 ▲대학 내 기업가정신 필수교양과목 지정 등을 꼽았다.
지난 7월 안 의원과 함께 공동대표를 사임한 김한길 의원은 이날 축사를 통해 "재벌가 몇몇만 살찌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은 점점 고단한 성장이 아니라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는 성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가 전 정부의 녹색성장 전처를 밟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동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토론회는 안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주최로 열렸고, 서울대 경제학과 이근 교수가 안 의원과 함께 발제했다. 경기대 최성호 교수, 한국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 국회예산정책처 최미희 과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하고 원혜영·노웅래·주승용·문병호·김영환·김관영·김희철 등 전현직 의원 10여명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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