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기기변경은 안되고 신규 가입이나 번호이동만 됩니다."
요즘 휴대폰 유통점을 방문하면 기기변경을 하기가 여간해선 쉽지 않다. 기기변경을 하고자 '베가아이언2', '아이폰6' 등 인기 단말기를 구매하려고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물량이 없다"는 말이다.
지난 16일 기자가 직접 방문한 서울 을지로 일대 휴대폰 유통점에서도 기기변경과 번호이동에 대해 문의에 "기기변경은 안되고 번호이동은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애써 대리점을 찾은 가입자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유통점이 기기변경 고객을 꺼리고 번호이동 고객을 선호하는 이유는 '리베이트(판매장려금)'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통사는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는 기기변경보다 새로 고객을 유치하는 번호이동에 더 많은 리베이트를 책정하고 있다. 휴대폰 유통점 관계자는 "번호이동 가입자를 유치했을때 리베이트가 30만원이라면 기기변경 가입자를 유치했을때는 10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고객은 기변 선호, 유통점은 번호이동 선호
대리점 수익구조도 기기변경 고객보다는 번호이동 고객을 우대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분석된다. 대리점들에게는 판매점이 모아온 가입자들이 매달 내는 요금의 일부가 수익으로 잡힌다. 기기변경 고객은 그 숫자가 아무리 늘어나도 대리점에게 수익으로 잡히지 않는 것이다.
유통점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 단말기는 기기변경보다 번호이동 가입자에게 판매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최근 베가아이언2나 팝업노트 등 없어서 못파는 단말기를 기기변경으로 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기변경이 더 유리하다. 기존에는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번호이동을 선호했지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으로 기기변경과 번호이동 보조금이 같아졌다. 같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번호이동을 하지 않고 기기변경을 하는 쪽이 멤버십 등급이나 장기고객 혜택 등 많은 부분에서 이용자에게 유리하다.
이같은 문제가 지속되면서 유통점은 기기변경에 대한 리베이트가 올라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같은 리베이트 정책이 계속되면 기기변경 가입자가 많아질수록 유통점의 수익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기기변경 가입자에 대한 리베이트를 올리지 않으면 요즘처럼 번호이동 가입자에게만 단말기를 내주는 일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며 "경쟁사 가입자를 빼오는 것이 중요하다면 반대로 가입자를 지키는 기기변경의 중요성도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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