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헌법재판소가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치권에 또 한 번 태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만큼 그 파장은 쉽사리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당장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권의 경우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파문에서 벗어나 정국 주도권을 되찾게 되고, 야권은 당분간 혼란을 겪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면전환 계기 맞은 與, '종북' 공세 예고
새누리당은 이번 사건을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비선실세 의혹으로 수세에 몰리면서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다가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맞은 것이다.
'종북 척결'을 앞세워 진보당 해산 결정을 환영한 점도 보수층 결집을 통해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박대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한민국이 종북 놀이터로 전락하는 것은 오늘로 종지부를 찍었다"며 "헌법의 승리이자 자유민주주의의 승리, 정의의 승리를 안겨다 준 헌재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진보당 해산에 앞장서 온 하태경 의원은 "헌재 결정은 '종북 폭력 혁명은 안 된다'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임과 동시에 이제는 종북 논쟁에서 벗어나 더욱 새롭고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역사적 주문일 것"이라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종북 프레임'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총선 당시 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통해 진보당 의원들의 원내 입성을 도왔다는 '원죄론'을 언제든 들먹일 수 있다.
◆난감한 새정치, 대여 공세 힘 빠지나
진보당 해산에 반대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헌재 결정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며 내부 회의를 통해 향후 미칠 파장과 이해득실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박수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헌재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나 민주주의 기초인 정당의 자유가 훼손된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진보당 해산 판단은 국민의 선택에 맡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당내 분위기에 대해 "이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고민이 깊다"고 전했다. 이번 일로 여야관계에서 당 입지가 좁아질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진보당과의 총선 연대,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의 진보당 해산 반대 발언 등에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박 대변인이 "진보당에 결코 찬동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점도 일종의 '선 긋기'로 읽힌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얻어낸 자원외교 국정조사에서나 비선 의혹 관련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 요구 등 대여 공세가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은 법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12월 임시국회에도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다만 파장이 비선 의혹을 뒤덮을 만큼 파괴력과 지속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박세완 기자 park9090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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