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검찰이 5일 작년말 정국을 뒤흔들었던 청와대 비선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알려진 대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 문건 유출에 관여했고, 유출된 문건에 적힌 정윤회 씨와 청와대 십상시 비서관들의 정기 회동이나 박지만 EG회장에 대한 미행은 없었다는 것이다.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은 우선 유출된 문건에 적시된 '십상시 정기 모임'과 관련해 정윤회 씨 및 고소인 누구도 J중식당을 방문한 사실이 없고, 정윤회 씨와 비서관 등 간의 통화사실도 전혀 없으며 발신 기지국 위치상 정윤회와 비서관 중 일부가 모임을 가졌다고 볼 만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건에 언급된 김기춘 사퇴설에 대해서도 검찰은 "십상시 모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확인되므로 이를 전제로 한 정윤회의 언동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박관천은 박동열로부터 들은 말을 그대로 문건에 기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결론내렸다.
문건 작성 경위는 조응천 전 비서관의 지시로 박관천 경정이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에게 들은 찌라시와 풍문 수준의 이야기를 과장해 작성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 내용은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음에도 박관천이 박동열로부터 들은 풍문과 정보 등을 빌미로 짜깁기하고 정윤회의 언동인 것처럼 덧씌워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것처럼 보인다"며 "현재까지 수사결과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추단할 수 있는 단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비선 개입 의혹에 면죄부를 줬다.
◆靑 문건 유출은 조응천·박관천, 檢 "엄단하겠다"
'박지만 미행설'에 대해서도 검찰은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박지만 EG회장(사진 下)의 지인인 김모 씨로부터 미행설 취지의 말을 들은 박 회장이 지인을 통해 박관천 경정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시켰고, 2014년 1월 경 박관천 경정으로부터 '정윤회의 사주를 받은 남양주 카페 운영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미행한다'는 보고를 듣게 돼 미행설을 믿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작성자인 박관천도 위 문건은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며 스스로 허위 내용임을 인정했다"며 "문건에 등장하는 남양주 카페 주인 B씨 및 그 아들도 정윤회와 전혀 모르는 관계이고 최근 오토바이를 보유한 사실도 없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미행설은 근거 없이 생성, 유포된 풍문에 불과하고 그 과정에서 박관천이 마치 미행설의 실체가 있는 것처럼 허위 내용을 보고해 박지만으로 하여금 미행설에 확신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은 조응천 전 공직기광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박관천 경정이 박지만 EG회장에 '정운회 문건'을 포함해 다수의 문건을 지속적으로 유출했다.
또, 세계일보에의 유출은 이미 보도된 대로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에서 퇴직하면서 가지고 나온 문건을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장 사무실에 보관했고, 정보분실 한모 경위가 이를 무단 복사해 최모 경위에게 교부 및 대기업 직원에게 행정관에 대한 비위 내용을 누설했다고 했다. 세계일보 기자에게 문건을 준 것은 사망한 최모 경위였다고 했다.
검찰은 "조응천은 6건의 문건을 전달했다고 인정하면서 박지만 부부 관리차원에서 전달했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그와 관련이 없는 특정인에 대한 구체적 비위 문건, 정윤회 문건 등을 전달한 점 등을 종합하면 박지만을 이용해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회유 의혹이 불거진 한모 경위의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해서도 검찰은 "한 경위는 범행을 극구 부인하다가 압수수색 과정에서 아파트 소화전에 숨겨둔 USB가 발견됐고, 여기서 자신과 대기업 정보담당 직원과의 통화 녹음 파일이 발견되면서 범행일체를 자백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파일에 한 경위가 박관천의 문건을 무단 복사해 최모 경위에게 전달한 내용이 녹음돼 있었다"며 "이에 따라 박관천도 청와대 문건 반출 사실을 자백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같은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문건 유출에 관련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의 한모 경위에 대해 엄정한 형사 책임을 지우겠다고 밝혔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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