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요소들이 많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성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한국언론법학회가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디지털시대에서의 통신비밀 보호법제의 개선방향'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 교수는 '현행 통신비밀 보호법제의 헌법적 문제점'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통신비밀은 헌법 18조에 명시된 헌법적 권리이지만 현행법에는 이를 제한하는 것이 엄격한 영장주의에 의거한 적법절차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며 "사전에 영장 발부를 법원이 통제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견제수단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전에 통신비밀이 제한된다는 통지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단순한 통신자료 요청의 경우에는 영장 없이도 이뤄지는 등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요소가 많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수사의 효율성보다 수사의 적헌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며 "현행 통신 비밀 보호법제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영장주의, 적법절차원칙, 과잉금지원칙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발표한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보호대상', '통신제한조치' 등 규정의 정의 문제, '통신사실에 대한 확인자료'를 비롯한 내용의 해석 문제 등 입법 자체에 다양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연대를 통한 투명성보고서가 통신비밀 보호법 개선을 이끌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투명성 보고서란 해당 기업의 사용자 기록, 데이터, 콘텐츠 가운데 정부의 삭제 요청 및 개인정보 요청 건수를 IT기업이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보고서를 말한다.
조희정 이화여대 경영연구소 연구교수는 '네트워크 사회에서 IT 기업의 항의 전략'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투명성보고서는 정부 규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모으는 수평적 항의로, 사회 파장을 일으킬 경우, 법 제도까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도 IT기업이 굉장히 많은데, 하나의 기업이 움직이는 것보단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미 미국에서는 10대 IT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정부의 지나친 정보 삭제 요청에 항의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세계 38개 IT 기업들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정부가 요청한 건수만 공개하고 면피하려는 느낌을 준다"며 "콘텐츠를 보완, 데이터가 충실해야 투명성 보고서가 사회에 의미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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