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의 관계가 여전히 심상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가 '운명 공동체'를 언급하며 화합을 강조했지만 당청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수첩 파문 등 청와대발(發) 추문에 연말정산 논란이 겹치면서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데다 박 대통령이 제시한 인적쇄신 방향을 놓고 당내에서 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대통령의 지지율은 신년 기자회견 직후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 직후 반등하기는커녕 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13~15일 전국 성인 1002명 대상 휴대전화 설문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5%, 부정 평가는 55%였다.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좋지 않았다'는 평가가 40%에 달했으며 '좋았다'는 평가는 28%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특보단 구성을 포함한 청와대 조직 개편과 개각 방침을 거듭 밝혔다. 민심 이반에 따른 국정 난맥을 돌파하기 위해 인적쇄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20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주요 분야 특보단을 구성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박차를 가하도록 할 것"이라며 "청와대 조직도 일부 개편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심기일전해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 공석으로 있는 해양수산부 장관 등 꼭 필요한 소폭 개각을 통해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은 혹평을 받았던 신년 기자회견 내용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인적쇄신이 이뤄지더라도 악화된 민심을 어느 정도 추스를 수 있을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박 대통령의 언급대로 인적쇄신이 '소폭'에 그친다면 새누리당 내에서는 그간 제기되 온 비판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
이미 당내에서는 비박계를 중심으로 대폭적인 인사쇄신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상태다. 강력한 국정쇄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운영이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도 팽배하다.
당장은 양측 모두 확전을 경계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표출되지 않고 있지만, 인적쇄신의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비판론이 거듭 확산되면서 당청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당청이 결국 각자도생의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을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당내 비박계를 중심으로 청와대와 거리두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당내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재연되면서 여권 전체가 내홍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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