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쉽지 않은 영업환경이 부각됐다' '배당 발표만으로는 부족하다'
현대차가 시장 기대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한 뒤, 23일 증권가에서는 회의적인 평가를 내놨다. 4분기 실적 부진의 요인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빠른 시간 내 반등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2일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5% 늘어난 23조5천74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6% 줄어든 1조8천757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인 2조원에 크게 못 미쳤다.
그 동안 현대차 실적 전망치가 계속해서 하향 조정되며 실적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인데도, 이번 실적은 낮아진 눈높이마저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영업이익 부진 이유로는 ▲미국시장 인센티브 증가 ▲해외법인과 주요 연결 계열사 수익성 악화 ▲이머징 마켓 경기침체에 따른 루블화 약세 등 비즈니스 여건 악화▲기말 원화 약세로 인한 외화판매보증충당금 전입액 증가 등이 꼽히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의 급락과 판촉비의 증가로 매출원가율이 지난 동기 대비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의 약세로 판매보증비 및 충당금이 증가해 판관비도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이 같은 영업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는 점도 부담이다.
실적발표 콘퍼런스에서 현대차는 2015년 판매 목표를 505만대로 제시했다. 이는 전년의 496만2천대에 비해 1.8% 증가한 수치로 올해 시장 수요증가 예상치 3.9%에 비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양희준 B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실적 하회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 주요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에 따른 판가하락·인센티브 상승, 신흥국 환율 및 수요 상황 악화 등은 올해에도 지속되거나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신흥국 환율 약세 추이는 완화 기조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크게 약세다.
지난해부터 나타난 세단 시장의 부진과 레저용차량(RV) 시장의 성장 기조 역시 현대차에 우호적이지 않다.
박영호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세단 판매비중이 80%에 가깝고 RV 비중은 20%를 여전히 밑돌 전망"이라며 "쏘나타 신차판매 확대, 투싼·아반떼 후속 모델 출시 등에도 불구하고 성장 호재는 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또한 보통주 기준 주당 3천원의 현금배당을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주당 1천950원이던 2013년 기말 배당보다 53.8% 늘어난 금액이다. 올해부터 중간 배당을 검토하는 등 지속적으로 배당을 늘려 글로벌 자동차업계 평균 수준에 맞출 것이라는 설명이다.
배당정책 확대 의지를 피력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다만 부정적인 영업환경에서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투자심리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DB대우증권의 박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가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 종전보다 매우 전향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다만 현재 많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장 기대치에 충분히 부합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류연화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주주친화 정책은 긍정적이지만 근본적으로 국내외 영업에서 경쟁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배당 발표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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