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최근 연말정산 대란에 이어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시도 등 정부가 제도 개혁을 통한 재정확충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에서 '증세없는 복지'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증세는 없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세금을 올리려하고 있어 국민의 분노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번 기회에 증세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여당 측에서는 대외적으로 "증세 주장은 경제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증세를 논할 때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국가 재정건전성을 근본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증세없는 복지' 프레임에서 청와대 스스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전일 브리핑에서 "국가재정 문제를 놓고 깊고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라며 "증세냐, 복지 축소냐의 단순한 2분법적 논쟁을 피하고, 보다 근원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중심의 소장파 의원 모임 '아침소리'(사진 上)는 이날 주례회의를 열고 "청와대가 증세 문제에 대해 국민들 앞에 정직하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질타하며 "복지 문제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공법으로 증세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 소장파 의원들은 "정부는 실제로는 증세를 하면서 증세가 아니라고 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정부는 복지정책의 기조를 확정하고, 그에 입각해서 얼마만큼의 세금이 더 필요한지 증세 범위와 규모에 대해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야당 측에서는 연말정산 대란 직후 감세 철회 및 법인세 정상화를 주장하며, 증세 공론화에 힘을 쏟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의회에서 "서민증세로 대변되는 연말정산 사태가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가 추진했던 3대 재정 확보 방안인 세금 비과세 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정부지출 구조조정이 사실상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고 일갈했다.
문 위원장은 "담배값 인상, 재벌 감세, 서민증세로 불리는 연말정산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세재 불공정을 국민이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한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서민증세만 있고 복지는 실종됐다. 국민이 동의하는 공정한 세제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해졌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도 지난 22일 회의에서 "연말정산 대란에 대한 수습대책을 세우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부분은 재벌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을 포함해 우리 국민의 세금부담 전반에 걸친 근본대책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고 증세론에 힘을 실었다.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해 '국민모임'에 합류한 정동영 전 상임고문은 이날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지금은 세금 혁명이 필요한 시기이고, 우리 국민이 그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면서 증세론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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