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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LG화학 여수공장 가보니…'멈추지 않는 NCC·SAP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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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기술력과 생산성으로 어려움 기회로 만들 것"

[양태훈기자] 최근 중동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제품 가격 하락과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 상승 등의 외부 환경 악화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 선두주자인 LG화학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LG화학의 전체 매출 중 35%를 달성한 여수공장이지만 올해도 저유가 및 경기침체 등의 환경변수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에 LG화학은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초소재분야의 중심인 여수공장에서 자사의 혁신적인 기술력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및 원가 절감,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하고 나섰다.

지난 27일 전라남도 여수에 있는 LG화학 여수공장을 직접 돌아보니 이같은 LG화학의 노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여수 NCC공장, 세계 최초 3천 대 고효율 공정 구축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약 290만 제곱미터(㎡)에 걸쳐 자리를 잡고 있는 LG화학 여수공장은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 8조 원을 기록한 핵심사업장이다.

지난 1976년 5천 톤 규모의 PVC 공장에서 시작해 현재 연간 900만 톤이 넘는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 연평균 22%라는 고성장세를 이어가며 오늘날 생산규모는 무려 1천800여 배나 성장했다.

특히, LG화학 여수 NCC(Naphtha Cracking Center) 공장은 전 세계 115개의 NCC공장 중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곳으로, 고흡수성 수지(SAP)공장은 지난 2008년에 사업에 진출한 지 7년 만에 세계 4위의 생산규모를 확보하는 등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생산성을 확보하고 있다.

NCC공장은 여수국가산업단지 입구에서 차로 이동했을 때 약 20분이 소요되는 LG화학 용성단지 내에 있다.

NCC공장은 원유를 분별 증류해 나온 납사(Naphtha)를 800도(℃) 이상의 열분해 과정을 통해 LG화학이 생산하는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들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LG화학 NCC공장 투어를 위해 기자들을 맞이한 NCC공장 기술팀 변용만 부장은 총 17기의 분해로가 나란히 서 있는 생산설비로 기자들을 안내한 뒤 분해로 안의 시뻘건 불길이 각종 파이프을 달구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여줬다.

변용만 부장은 "분해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없지만 열로 인해 달궈진 파이프를 납사가 지나가면서 에틸렌 등의 기초유분으로 분해된다"며 "내부 온도가 1천도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NCC공장은 이처럼 고온으로 제품을 만드는 공정 특성상 에너지 소비가 많아 에너지를 얼마나 적게 사용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1킬로그램(kg)의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양을 에너지 원단위라고 하는데,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세계에서 에너지 원단위가 가장 낮은 공장으로 동일한 양의 에틸센을 생산하는데 가장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LG화학 측은 지난해 12월 완료된 증설을 통해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세계 최초로 3천대 에너지 원단위를 달성했다며, 이는 업계에서 누구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여기던 마의 4천대 에너지 원단위를 깬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전세계 115개의 NCC공장의 평균 에너지 원단위가 7천500대인 것을 감안하면 LG화학의 여수 NCC공장은 평균치의 절반 정도에 동일한 양의 기초유분을 생산하고 있는 셈.

LG화학 NCC공장장 김영환 상무는 "생산원가에서 원재료비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부부을 차지하는 에너지 사용량의 증가는 곧 생산원사 상승으로 직결된다"며 "에너지 절감을 통핸 생산원가 절감은 LG화학이 생산한 기초유분을 원료로 PVC, ABS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공장의 원가 부담도 낮춰주는 연쇄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8만톤 추가 증설, SAP 생산규모 36만 톤으로 확대

NCC공장을 벗어나 방문한 같은 용성단지 내에 위치한 SAP 공장은 다른 공장과 달리 주요 설비들이 외벽으로 둘러싸여 내부가 보이지 않는 구조로 이뤄져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SAP 공장장 송희윤 수석부장은 "SAP는 공정 특성상 먼지나 벌레와 같은 이물 유입 등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와 차단된 형태로 지어진다"고 설명했다.

SAP의 주용도가 기저귀나 여성용품, 성인용 기저귀 등의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인 만큼 더욱 신중한 공정이 필요한 것.

SAP는 아크릴과 가성소다를 중합해 만들어내는 백색 분망 형태의 합성수지 제품으로, 물과 접촉하면 SAP의 분자구조가 분말가루 형태에서 말랑말랑한 겔 형태로 바뀌며 물을 흡수하는 성질로 변화하는게 특징이다. 또한 흡수된 물은 사슬 모양으로 변경된 분자구조에 갇혀 외부로 쉽게 새어나오지 않게 된다.

LG화학에 따르면 이는 SAP의 흡수성과 보수성이라 명명하는데, SAP 공장 내 위치한 실험실에서 시중에 판매하는 기저귀를 분해해 물을 붓는 방식으로 직접 SAP의 흡수성과 보수성을 체험해보니 순식간에 물을 흡수하는 SAP의 성능에 놀라움을 느꼈다.

송희윤 공장장은 "SAP은 고도의 생산 기술이 필요해 소수의 선진 화학기업들만이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 제품으로, LG화학은 차별화된 연구개발(R&D) 역량을 바탕으로 독자기술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며 "LG화학에서 생산되는 SAP의 90% 이상은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SAP 사업에 진출한 LG화학은 2년 주기로 SAP 공장을 확장, 현재 7만톤 규모의 김천공장을 포함해 연간 28만톤의 SAP 생산능력을 확보하며 전세계 시장 점유율 12%(세계 4위)를 기록 중이다.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을 목표로 8만톤 규모의 SAP 증설이 완료되면 총 36만톤의 대규모 일관 생산규모를 갖추게 돼 사업진출 7년 만에 생산능력을 5배로 확대하게 된다.

실제로 SAP 공장 내에서는 밀려드는 주문에 지게차가 쉴새 없이 제품을 실어나르고 자동창고 옆 미래부지에는 육중한 중장비들이 올해 완공을 목표로 제4공장을 짓는데 한창이었다.

◆고부가제품에 과감한 투자…LG화학, 해외 SAP 공장도 검토 중

LG화학은 올해 1조7천900억 원의 설비투자의 37%에 해당하는 6천600억 원을 기초소재사업분야에 쏟을 계획으로, 이중 신규·증설투자에는 2천900억 원이 투입된다.

저유가 및 중국의 자급률 상승,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이라는 대외적인 위기를 적극적인 투자와 제품 차별화를 통해 성공의 요인으로 만드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

이에 LG화학은 여수 공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SAP 8만 톤 및 아크릴산 16만 톤 증설과 함께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한 ABS에 대한 10만 톤 규모 증설도 추진한다.

또 기술격차로 인해 중국 기업들이 생산하지 못하는 고부가제품으로 빠르게 제품 구조 전환을 이뤄내 수익성도 극대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LG화학은 여수공장에서 생산하는 폴리에틸렌(PE) 제품의 90% 이상, ABS 제품의 80% 이상을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 완료하며 고부가제품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LG화학은 현재 세계 4위에 머물고 있는 SAP 사업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에도 SAP 공장을 건설할 계획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날 여수공장 투어에 앞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글로벌 톱 3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외 공장 건설도 추진할 것"이라며 "앞으로 50만 톤 이상의 SAP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중국과 유럽지역 고객 확보를 위해 해외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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