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행사 참석 도중 괴한의 피습을 받았다.
한미 양국을 충격에 빠뜨린 초유의 사건, 당시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민화협 상임의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이 전한대로 재구성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오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에 도착했다. 민화협 주최로 열린 조찬 강연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미관계 발전 방향'을 주제로 1시간 가량 강연을 하기 위해서였다.
리퍼트 대사의 자리는 연단 앞 헤드테이블에 마련됐다. 리퍼트 대사의 왼쪽으로는 민화협 상임의장인 장윤석 의원, 김덕룡 전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이, 리퍼트 대사의 오른쪽으로는 통역,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민화협 집행위원장인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 김민하 전 중앙대 총장이 있었다.
리퍼트 대사 등은 종업원들이 수프를 나르는 등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환담을 나눴다.
리퍼트 대사는 참석자 중 한 명이 지난달 18일 태어난 자신의 아들에 관해 이야기하자 "아들을 출산하는 과정에서 한국 측에서 여러 가지로 배려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또 "내가 둘째 아이를 낳게 될 때는 주한 미국대사가 아닐테지만, 한국에 와서 둘째 아이도 낳고 싶다"고 말해 헤드테이블에서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이어 리퍼트 대사 등이 식사를 막 시작하려던 찰나, 헤드테이블 바로 뒷줄 대각선 방향의 '6번 테이블'에 앉아 있던 김기종 우리마당 대표가 리퍼트 대사의 오른 쪽으로 순식간에 접근해 흉기로 얼굴을 찔렀다. 김씨가 사용한 흉기는 손잡이가 목재로 된 과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던 참석자들 모두 당황한 가운데 장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씨를 밀치며 함께 넘어졌고, 다른 참석자들의 도움을 받아 김씨를 제압했다.
그 사이 리퍼트 대사는 냅킨을 사용해 얼굴 부위의 상처를 지혈하며 건물 밖으로 나가 경찰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동했다. 리퍼트 대사가 앉았던 테이블에 핏자국이 남아있던 점으로 미뤄볼 때 상당한 출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장 의원은 전했다.
이후 사복을 입은 경찰관이 와 김씨를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가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민화협은 사건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리퍼트 대사는 오른 쪽 턱 부위에 길이 11cm, 깊이 3cm의 깊은 상처를 입었고, 왼쪽 손목과 팔 부위에도 신경이 손상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의료진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큰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면서 "아래 쪽으로 1~2cm 더 깊었으면 경동맥을 다쳐 생명이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도 있었다"고 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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