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국내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도입 10년 만에 51조2천억원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인 성장은 상당했으나, 기업 구조조정 촉진이나 경영권 인수(바이아웃·Buy Out)라는 PEF 본연의 투자보다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주류여서 질적인 발전은 아직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PEF는 지난 2004년에 2개(약정액 4천억원)로 출발해, 10년 만인 지난 2014년말 현재 277개(액정액 51조2천억원)으로 성장했다.
도입 후 2007년까지 준비기간을 거쳐, 2008~2011년에 PEF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투자규모가 확대되는 등 도약기를 지나 지난 2012년부터 현재까지는 투자 회수가 이뤄지고 대형 M&A를 주도하는 등 성장기를 나타내고 있다.
2010년 이후로는 프로젝트 PEF(특정 기업을 투자대상으로 사전에 정하고 설립되는 PEF)의 비중이 커졌다. 당해년도 신설된 PEF수에서 PEF 프로젝트 PEF 수의 비율을 살펴보면 2007년에는 36.8%에 그쳤던 것이 2011년엔 46.5%, 2014년에는 74.6%로 껑충 뛰었다.
이는 보수적인 투자성향의 대형 연기금들이 PEF 출자를 주도하면서 2010년 이후 프로젝트 PEF 비중이 상승한 결과다. 대형 연기금들은 투자실적보다는 손실에 더 민감해 손실방어 투자가 가능한 프로젝트 PEF를 선호한 것인데, 이는 다시 PEF의 모험자본 성격이 점진적으로 퇴색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풀이됐다.
PEF 운용자(GP)는 2014년말 현재 162개사를 기록하고 있다. 초기에는 외국에서 PEF를 운용해본 전문인력이 설립한 전문운용사와 정책 금융기관이 PEF 설립을 주도했다. 이후 PEF 설립 기준이 완화되면서 신규 운용자 진입이 늘었으나, 모험자본 투자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이후 투자실적 가시화, PEF운용자간 운용능력 차별화 등으로 전문운용사 위주로 PEF 산업이 재편되고 있는 상태다.
2014년말 현재 PEF의 총 약정액(잔액) 규모는 51조2천억원이다. 특히 지난 2014년에 지난 10년중 최대 규모인 9조8천억원이 새로 유입되는 등 PEF의 양적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0년간 PEF의 총 투자규모(누적)는 46조1천억원으로 조사됐다. 준비기에는 외국 PEF 운용경험이 있는 전문인력을 보유한 PEF는 기업경영에 적극 참여하는 전략적 투자에, 또 금융회사 등이 운용하는 PEF는 재무적 투자에 주력하는 편이었다. 이후 성장기에는 대기업 인수 및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투자자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년간 PEF가 투자한 회사수는 총 690곳으로, 전반적으로는 전략적 투자보다는 재무적투자가 많았다. 전략적 투자는 전체 투자의 25.7%(690개사 중 177개사)선에 머물렀다.
10년간 PEF의 총 투자회수 금액(누적)은 15조4천억원이었다. 초기에 조성된 PEF들의 존손기간 만기 도래로 2010년 이후 펀드 해산이 늘어나며 투자회사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PEF의 보편적인 운용기간은 5~6년이었다.
금감원은 "전문인력 부족과 고위험 장기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투자문화 등을 감안시 PEF는 지난 10년간 괄목할 만한 양적성장을 했으나, 제도 도입시 기대와 달리 바이아웃 투자보다는 단순 재무적 투자가 주로 활용되는 등 질적 발전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모험자본 역할 수행이 가능한 PEF 운용자가 많지 않아 바이아웃 투자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경영개선 효과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봤다.
다만 재무상황이 악화된 기업의 자산매각 참여 등 기업 구조조정에는 상당부분 기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PEF가 모험자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사모펀드 유형을 단순화하고 운용 자율성을 확대하는 등 사모펀드 제도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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