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이후 여권에서 불거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도입 문제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사드 도입 문제는 여권 내 비박계(비박근혜계)가 공론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반면 청와대와 친박계 측은 신중론을 펴고 있어 향후 당청 간, 계파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먼저 총대를 맨 것은 새누리당 유승민(사진) 원내대표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드는 입법의 문제는 아니지만 국방 예산 문제이자, 더 중요하게는 북한의 핵공격을 어떻게 막아 낼 것 인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의 경제와 국가안보는 어떤 길을 갈 것인가 라는 국가생존의 문제"라면서 이달 말 정책 의원총회에서 당 내 의견을 집약하겠다고 선언했다.
유 원내대표의 발언 직후 새누리당 내에서는 사드 도입 공론화 여부를 두고 여론이 팽팽히 갈렸다. 특히 친박계에서 강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당일 비공개 회의에서 유 원내대표의 의원총회 개최 입장에 우려를 표했고,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도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원총회에서 사드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전문성이 뒷받침되기 어려운 의원총회에서 자유토론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도 부정적인 입장을 강하게 견지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지난 11일 "우리 정부의 입장은 '3 NO'(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으로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도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청 간, 계파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지만 유 원내대표는 사드 도입 공론화 문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오는 15일로 예정된 제 2차 당·정·청 정책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안건으로 다룰 것이라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야당 측에서는 이같은 여당 일각의 사드 공론화 드라이브를 '셀프조공'으로 명명하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청와대가 부정하고 있는데도 집권여당이 먼저 나서서 미국의 이해와 한미동맹의 이해를 혼돈하면서 사드배치 문제를 들고 나오는 것이야말로 셀프 조공하는 꼴"이라고 맹비난했다.
같은 당 주승용 최고위원 역시 "새누리당은 여기서 자중지란을 접는 게 옳다"면서 "더 이상의 혼란은 국익을 손상시키고 우리나라의 외교안보적 입지를 축소시킬 뿐"이라며 책임있는 처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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