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성완종 리스트'에 휩싸인 이완구 국무총리가 사실상 식물총리화되고 있다.
"성완종 전 회장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야당의 퇴진 요구에는 "의혹이나 사인의 진술 한 마디에 일국의 총리가 물러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거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지만,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새로운 사실이 계속 드러나면서 불신도 커졌다. "성완종 전 회장을 잘 알지도 못하고, 대선 당시에는 혈액암을 앓고 있어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성 전 회장의 다이어리가 공개되면서 지난 20개월 동안 성 전 회장과 23차례 만난 사실도 나왔다.
지난 2013년 4월 재보궐선거 당시 이 총리 캠프에서 성 전 회장이 현금 3천만원을 직접 전달했다는 인터뷰 내용도 공개됐다.
이 총리는 "지방이 아니라 중앙 차원의 선대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고, 다이어리에 대해서는 "같은 지역의 같은 당 의원이므로 만난 사실은 있으나 속내를 이야기할 만큼의 사이는 아니었다는 것"이라고 조금 씩 말을 바꿔 비판을 받았다.
또 다른 폭로도 터져나왔다. 이완구 총리의 전 운전기사가 성 전 회장이 폭로한 지난 2013년 4월 4일 당시 이 전 총리와 성 전 회장의 독대가 있었음을 증언한 것이다.
CBS의 보도에 따르면 이완구 총리의 전 운전기사는 "홍성에서 큰 행사가 끝나고 부여에 있는 선거사무실로 바로 운전해 왔었는데 도착해보니 성완종 의원과 함께 온 비서가 있었다. 비서와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 운전 기사는 "독대를 했다. 의원님 정도면 독대를 했다"며 운전 기사는 특히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가 '회장님'이라는 호칭을 써서 성 전 회장을 기억한다고 해 발언의 신뢰도가 높아보인다.
이같은 결정적인 증언에도 이 총리는 16일 대정부질문에서 "만난 기억이 없다"며 "선거 사무소에서는 비서 내지 조력자들이 대단히 많은데 어제 알아보니 많은 분들이 기억하지 못하고 한 두분은 기억하고 있다고 해서 더 알아보고 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총리 해임결의안을 준비할 수 있다고 한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총리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잇따른 의혹이 터지면서 정권 차원의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날 이재오 의원이 "남의 부패는 무관용이고, 자신의 부패는 관용이면 일이 되겠느냐"면서 "국정에 막중한 책임이 있는 총리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스스로 물러나 대통령의 부담을 줄여줘야한다"고 사퇴를 요구했다.
16일에도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경기도 성남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이 상태로는 선거 자체가 어렵다"며 "총리가 법원에서 판결이 나올 때까지 '나는 무죄'라는 식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며 결단을 촉구했다.
야권 뿐 아니라 여권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실상 이완구 국무총리는 힘을 잃었다. 연이어 처지고 있는 의혹에 대해 해명을 거듭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이 총리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6일부터 27일 동안 9박10일 간의 중남미 순방을 떠나는 가운데 이 총리가 사실상 식물화되면서 국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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