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오는 7월로 예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을 앞두고 유통업체들의 경쟁이 날로 점입가경이다. 각 업체들은 입지 선정부터 면세점 운영 능력,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을 앞세워 입찰 전부터 자신의 면세 사업권 획득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서울 시내 면세점 대기업 대상 입찰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인 HDC신라면세점, 신세계그룹의 별도법인인 신세계디에프, 현대백화점그룹의 합작법인인 현대DF, 롯데면세점,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이랜드 등이다.
다만 이랜드는 알려진 것과 달리 내부적으로 참여 의사를 확실하게 결정짓지 않은 상태로, 다음주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정 기준은 경영능력(300점), 관리역량(250점)을 비롯해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150점)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들은 신성장동력으로 면세점 사업을 삼고 있는 만큼 이번 입찰에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입찰에 실패할 경우 각 기업별로 미래 성장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만큼 다음달 입찰 서류 제출 전까지 업체 간 눈치싸움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입지 선정 끝난 업체, 전략으로 승부
각 업체들이 면세 사업권 선정 기준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꼽는 것은 '입지'다.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을 추가 허용한 이유가 '관광객 유치'인 만큼 관광 인프라 등을 고려해 평가하는 '주변 환경요소(150점)'가 이번 입찰전의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중 가장 먼저 면세점 입지를 밝힌 곳은 HDC신라면세점으로, 현대산업개발이 올 초부터 용산 아이파크몰에 국내 최대 규모의 서울 시내 면세점을 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현대DF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을, SK네트웍스는 동대문 케레스타를 각각 시내 면세점 입지로 정했다.
이 외에도 신세계디에프는 14일 신세계 본점 본관을 시내 면세점 입지로 결정했으며, 서울 시내 면세점 6곳 중 3곳을 운영 중인 롯데면세점도 김포공항과 동대문 등 기존 롯데 유통매장뿐 아니라 가로수길·이태원·신촌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랜드는 일단 NC백화점 강서점, 뉴코아아울렛 강남점, NC백화점 송파점 등을 두고 고심 중이지만 각 점포들의 점당 매출이 높아 확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신세계는 본점 본관 전체를 파격 전환, 프리미엄 면세점을 조성하겠다는 초강수를 두면서 경쟁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더불어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명동과 남대문시장, 남산을 잇는 '관광 올레길'과 함께 본관 옆에 위치한 SC은행 건물, 맞은편에 위치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까지 20세기 초 근대 건축역사를 체험하는 관광코스를 구축할 것이라고 발표해 입찰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상태다.
중소·중견기업 중에서는 유진사업이 여의도 옛 MBC사옥을, 하이브랜드는 자사 운영 양재동 복합몰 2개층을, 하나투어는 인사동 본사를 확정했다. 한국패션협회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별로 면세점 입지가 속속 드러나면서 이제는 어떤 전략을 펼칠지 서로 눈여겨 보고 있다"면서 "자사가 선정한 입지에서 관광객을 많이 유치함으로써 지역 상권을 얼마나 살릴 수 있는지 알리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점 큰 운영능력, 기존 면세 사업자가 유리?
면세점 운영 능력을 판가름하는 면세사업자 선정 기준은 경영능력(300점), 관리역량(250점) 항목이다. 총점 1천 점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기존 면세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은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그룹, SK네트웍스, 한화갤러리아 등이다. 특히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 SK네트웍스는 이미 서울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가 3곳, 신라가 1곳, SK네트웍스가 1곳이다.
이들은 각자의 운영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번 입찰전에서 내심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잔뜩 기대하는 눈치다. 운영 능력에 대한 배점이 큰 만큼 많은 점수를 가지고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와 신라는 독점 논란이 이어지면서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전에서 그동안 입찰 가능성이 낮게 점쳐졌다. 특히 롯데는 현대산업개발과 손잡으면서 독점 논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신라와 달리 뚜렷한 대안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미 서울 시내에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23년 간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독 입찰에 나설 방침이다. 이곳은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에서도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지난해 국내 면세시장 평균 성장률(23%)보다 높은 46%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해 운영능력 검증이 끝난 상태다.
서울 시내 면세점에 첫 도전하는 한화갤러리아와 신세계도 면세점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운영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6월 오픈한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이 최단 기간 내 흑자 달성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새롭게 면세 사업에 도전장을 내미는 현대DF는 '상생'을 앞세우고 있다. 관세청이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를 평가 기준에 포함시킨 만큼 법인 설립 시 모두투어, 서한사, 엔타스듀티프리, 현대 아산 등 유통 및 관광 분야의 중소·중견기업을 참여시켰다. 또 면세점을 운영한 적은 없지만 백화점 등을 통해 이미 명품브랜드들과 협력해왔던 만큼 면세점 운영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2조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랜드는 중국 사업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워 면세점 입찰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 확장 중인 호텔·레저 사업과 면세점 사업을 연계하면 동반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전이 과열됐다고 하지만 경쟁 업체수가 많을수록 업계 발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역량 없는 업체가 면세 사업권을 획득하게 되면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각 업체들의 운영 능력과 전략이 비슷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관세청의 평가를 통해 잘 걸러질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뿐 아니라 상권 발전에도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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