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재의결 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의 시행령까지 국회가 번번이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정부의 정책 추진은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우리 경제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을 잘 아는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조만간 정부로 이송될 예정인데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이내에 법안에 대한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돌려보내면서 재의 또는 수정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국회는 다시 본회의를 열어 해당 법률을 처리해야 하는데 처음 국회 본회의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는 반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통과된다.
지난달 29일 국회법 개정안 통과 당시 재석 의원 244명 중 찬성 211명, 반대 11명, 기권 22명으로 처리됐다. 의원총회에서 위헌 논란으로 상당수의 친박 의원들이 반대와 기권을 선택했음에도 압도적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가 되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고, 당내 친박계 인사들도 "위헌 소지가 있다"고 언론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친박계의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최근 YTN 라디오에서 "같은 내용의 법안이 지난 5월 1일 운영위에서 제기됐는데 위헌 소지가 있어서 더 이상 논의하지 않기로 한 사실을 찬성했던 사람들도 전혀 몰랐다"며 "이제 양상이 바뀔 수밖에 없다"고 재의시 부결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재의에서도 국회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여전히 작지 않다. 299명의 국회의원 중 새정치민주연합 130명의 국회의원과 정의당 5명의 의원,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약 64명의 새누리당 의원이 찬성하면 국회법 개정안은 다시 통과된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검사 출신인 장윤석 의원은 기자들에게 "법문상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운영상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지금 현행법 하에서도 시정 요구가 상당수 정부로 가고 있다"며 "그에 따라 시정하기도 하고 의견이 다르면 시정하지 않는데, 정부와 국회의 의견이 다르면 법원으로 가서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받아 확정하는 것은 변동도 없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역시 검사 출신인 박민식 의원도 "저도 법조인이지만 위헌성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자유투표하지 않았겠나"라며 "지도부가 이를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도 아닌데 지금 와서 이를 특정 지도부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이 법이 부결된다면 협상 주체인 유승민 원내대표는 상당한 상처를 받게 된다는 점도 변수다. 김무성 대표도 일정 정도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된다. 이미 친박계 의원들은 협상 주체인 유승민 원내대표 책임론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이 아니라는 소신을 밝힌 법조인 출신 새누리당 의원이 비박계라는 점에서 재의결이 친박·비박계 간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지난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됐던 세종시 수정안을 박근혜 대통령 등 친박계가 부결시킨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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