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느닷없이 외국계 헤지펀드가 삼성물산 지분 보유신고와 함께 경영참여를 선언함으로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4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의 지분 7%를 보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의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260억달러(29조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중인 미국계 헤지펀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 5월26일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주식 전량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참여 선언'으로 합병 과정이 순조롭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주당 취득단가가 6만3천500원으로 전날 종가보다도 높은 가격"이라며 "주가가 이를 반영해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 "헤지펀드, 차익실현용 으름장 가능성"
증권가에서는 외국계 헤지펀드가 삼성물산 지분을 5% 이상 매입하고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 것은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이 목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과 7%의 지분만을 갖고 경영권 분쟁을 할 수는 없다"며 "헤지펀드의 목적은 경영참여가 아니라 합병 과정에 노이즈를 일으키면서 주가를 끌어올리고 추후 차익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삼성물산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는 5만7천234원으로 현 주가보다 낮기 때문에 현재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작다.
만약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7%대 보유지분으로 주식매수청구를 하더라도 7천억원 수준이므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액인 1조5천억원 내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외국계 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이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방향성에 동의하고 나선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무직의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지난해 11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가 합병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합병무산 리스크가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 주가 상승하면 위험 낮출 수도
이 같은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서는 삼성물산 주가 상승이 필요하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삼성물산 주가가 크게 상승한다면 차익을 노린 외국계 자금의 입장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시장에서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삼성물산이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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