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게임사들이 플랫폼 비즈니스에 다시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톡·라인과 같은 메신저 플랫폼에만 의존해 왔던 게임사들에게 불과 2년여 만에 찾아온 변화다.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 변화와 더불어 막대한 수수료에 따른 열악한 수익 구조가 이들 게임사의 전략 수정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꼽힌다.
성공 사례도 나왔다. 컴투스의 글로벌 히트작 '서머너즈워'의 성공 배경에는 자체 플랫폼 '하이브'의 공로가 있다. 2014년 6월부터 운영 중인 하이브는 컴투스와 게임빌의 이용자 기반을 통합한 플랫폼으로 구체적인 이용자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방대한 사용자풀과 각종 아이템 프로모션 등으로 서머너즈워의 매출 견인에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이시티와 NHN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말부터 자체 플랫폼 대열에 합류했다. 여기에 지난 4일 '크로스파이어'로 유명한 스마일게이트가 '스토브'를 공개하며 플랫폼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고 액토즈게임즈 역시 '액토즈 플랫폼'(가칭) 공개를 예고하며 이용자 유치전(戰)에 설 계획이다.
◆게임사들 '너도나도 플랫폼'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대표 권혁빈)가 공개한 모바일 게임 플랫폼 '스토브'는 통합 결제 시스템으로 복잡한 로그인 인증 절차를 비롯한 각종 개발 인프라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는 파트너사들이 콘텐츠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게임사들에게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토브에 대한 스마일게이트의 기대감은 이미 크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그룹 회장은 지난 4일 플랫폼 공개 발표회에서 "작은 규모의 개발사로 출발한 스마일게이트가 규모 있는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이 바로 글로벌 플랫폼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노리는 액토즈게임즈(대표 전동해) 역시 '액토즈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고객지원·이벤트·무료충전 등 각종 서비스 기능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이용자 관리가 쉽고 13개 국어를 제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특화된 점이 특징이라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르면 6월께 액토즈 플랫폼이 탑재된 모바일 게임들이 출시될 예정이다.
'룰더스카이'로 유명한 조이시티(대표 조성원) 역시 올해 초부터 자체 플랫폼 '조이플'을 바탕으로 신작 게임을 선보이고 있으며 NHN엔터테인먼트는 게임 운영에 특화된 분석 지표와 프로모션 기능 등을 제공하는 '토스트 클라우드'를 서비스 중이다.
'레이븐', '세븐나이츠'와 같은 흥행작을 다수 배출한 넷마블게임즈(대표 권영식) 역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할 가능성이 높다.
넷마블게임즈가 기대 신작 '이데아'를 외부 플랫폼 도움 없이 자체 출시하겠다고 밝힌 후로는 이같은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지난 2013년 텐센트로부터 5천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자체 플랫폼 구축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현재 회사 측은 자체 플랫폼 도입 여부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왜 플랫폼에 주목하나
이처럼 게임사들이 연이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달라진 시장 상황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사들은 자체 플랫폼 구축을 엄두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음카카오(대표 최세훈, 이석우)의 카카오 게임하기에 자사 게임을 탑재해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당시 게임사들의 지상 목표였기 때문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플랫폼 출시 이후 사업성과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내부 평가에 따라 미리 예고한 자체 플랫폼 발표회를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게임사들이 늘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시장에 특화된 카카오 게임하기만으로는 글로벌에서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데다 플랫폼 구축을 통해 안정적 이용자 기반을 확보하면 지속적인 게임 흥행을 담보할 수 있다는 점을 카카오 게임하기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자체 플랫폼 구축시 게임사들이 얻는 이득은 다양하다. 특히 ▲동일한 플랫폼 게임간 크로스 프로모션이 용이하고 ▲관리 체계의 강화로 이용자들을 잃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이 플랫폼의 매력으로 꼽힌다. 아울러 ▲각종 쿠폰과 이벤트를 통한 이용자 혜택을 보다 손쉽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안정적 기반을 구축한 플랫폼을 외부 개방시 이를 통해 얻는 수수료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 구글과 애플 등 오픈마켓 사업자(30%)를 비롯해 외부 플랫폼(21%)과 퍼블리셔 등에 떼주는 수수료를 제하면 남는게 얼마 없는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플랫폼은 일단 성공하기만 하면 이같은 낮은 이익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수익모델로 거듭날 수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플랫폼의 가치를 학습한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기반으로 플랫폼을 주목하는 추세"라며 "자체 플랫폼 구축히 단일 게임을 전세계 동시 출시하는 이른바 '글로벌 원 빌드' 전략을 한층 용이하게 펼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하려면…이용자 확보가 관건
그러나 자체 플랫폼 구축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무조건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듯 일정 수준의 이용자를 갖추지 못한 플랫폼은 도태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다음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 2011년 일본 디엔에이(DeNA)와 손잡고 일본의 유명 모바일 게임 플랫폼 '다음모바게'를 국내에 선보였으나 국내 안착에 실패한 바 있다. 일본과 달리 국내에서의 낮은 인지도와 히트작 부재가 다음모바게의 부진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이시티(대표 조성원) 역시 자체 플랫폼 '조이플'을 공개하기에 앞서 지난해 10월 말 당시 전세계 2천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모바일 게임 '건쉽배틀'의 사업권을 인수했다. 이 게임이 보유한 이용자풀을 토대로 조이플의 안정적 시장 연착륙을 견인하기 위해서였다.
4일 열린 스토브 기자간담회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스토브의 초반 성과를 견인할 게임 타이틀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자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 이동훈 부사장은 "모바일 게임 플랫폼의 중요한 역할은 바로 트래픽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대작 타이틀을 비롯한 각종 게임과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의 성공은 결국 히트 게임의 등장 여부에 따라 달려 있기 마련"이라며 "기대작을 확보하려는 게임사들의 각축전도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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