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시민단체와 국회를 중심으로 통신비 인하를 요구하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추진 등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비 인하를 추진한다는 방침인 가운데 기본료 폐지, 무료 데이터 이용 보장 등 인위적인 요금인하 압박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8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신비 인하, 휴대폰 데이터 요금 공공성 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시민단체 등에서 통신요금에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는 약 1만원의 기본요금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정부가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데이터를 일정 부분 무료로 모든 이용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민에게 무료 데이터를 일정량 제공하라"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국민에게 최소한의 데이터 사용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었다.
이해관 통신공공성포럼 대표는 "데이터 통신을 통한 정보 접근은 오늘날 사회생활의 필수품이 된 만큼 국가가 최소량의 데이터 사용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정부가 공공 와이파이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보완책일뿐 안정적인 데이터 사용권 보장이 어렵다며 국가가 전국민에게 최소한도의 데이터 사용량(예컨대 월100MB)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이 비용을 통신사에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통신사에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이나 전국민의 데이터 사용으로 수혜를 받게 될 인터넷 포털 사업자나 인터넷 쇼핑업체들이 일정 부분 통신사의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것.
참여연대 민행희망본부장 이헌욱 변호사도 비슷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정보통신망의 기초가 되는 전파가 국가소유라는 점을 고려하면 망 건설 및 유지보수를 영리기업에 맡겨두고 국민이 자신의 비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민 편의를 위해 정보통신망도 국가가 관리하고 국민이 무상이용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현 정의당 통신비인하 TF 국장도 "정부가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제공해야 할 기본 데이터량을 매년 고시해서 이 이용량에 대해서는 요금을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인위적 인하보다는 경쟁 활성화 해야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인위적인 방식이 아니라 경쟁 활성화를 통해 가계통신비가 인하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창조과학부 류제명 통신이용제도과장은 "통신정책 방향은 최고의 품질과 혁신적인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튼튼한 통신생태계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용자 후생이 통신 정책의 목표점"이라고 강조했다.
통신비를 내리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인위적인 통신비 인하는 결국 통신사들의 투자 여력을 줄이고 이는 곧 품질 및 서비스 저하로 이어져 이용자 후생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류 과장은 단말기유통법으로 보조금 경쟁이 요금 및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고 국민들이 부담하는 가계통신비도 지난해 4분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출시된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이동통신 인프라가 고도화되고 연관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류 과장은 "과거 정액 요금제 도입이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 조성을 촉진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ICT가 한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은 통신사들도 무료 데이터 제공이나 기본료 폐지같은 인위적인 방식의 인하 정책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주파수를 공짜로 쓰는 게 아니라 수천억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무료 데이터를 제공하라는 것은 이중의 부담을 지도록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면서 "인위적으로 요금을 1만원이나 내리라는 것도 이통사들을 모두 적자로 몰아넣는 비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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