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위헌 논란을 뚫고 정부로 이송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가 초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여야는 지난 1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이른바 '정의화 중재안'으로 합의했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를 정부에 송부했다.
국회법 개정안 중 '국회가 정부 시행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요구'를 '요청'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당초 개정안인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처리하고'를 '검토하여 처리한다'로 바꾸는 안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반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중재안에 대해서도 위헌 요소가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의화 중재안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거기에 대해 수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고 고 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여당 내 친박계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정무특보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당의 의원총회에서도 여러 차례 위헌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통과돼서는 안된다고 반대했다"면서 "국회의장의 중재안은 말하기 곤란하지만 국회가 너무 강제력을 행사할 때는 여전히 위헌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이처럼 '정의화 중재안'에 대해서도 거부감이 있는 상황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합의에도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
그러나 정의화 중재안을 야권이 수용하면서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될 확률 역시 커졌다.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국회 재석의 1/2 이상 출석, 출석 의원의 2/3 찬성하면 이 안건은 무조건 처리된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130석과 정의당 5석은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할 것으로 보여 새누리당 의원 65명이 찬성하면 재의결된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 지도부들도 15일 오후 협상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강제성이 중재안으로 희석된 만큼 위헌 소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상황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부가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여야가 충분한 숙고와 협의를 통해 위헌 소지를 완전히 없애서 이송하려는 취지"라며 "정부에서도 충분히 그것을 감안해 행정부와 입법부의 불필요한 충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도 "우리는 당초부터 강제성, 위헌 소지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중재안대로 되면 더 강제성이나 위헌 부분의 걱정이 많이 덜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행정부와 국회 사이에 갈등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와 정부가 정쟁에 휘말리지 않게 하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경우 여권은 초유의 위기를 겪게 된다.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결에 성공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여권 내 영향력 퇴조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상태에서 조기 레임덕도 올 수 있다.
반면, 재의결에 실패한다면 유승민 원내대표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을 통해 합의 처리한 안건을 국회의장이 중재안까지 내 재합의 했음에도 여권 의원들이 추인하지 않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당내 친박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를 향해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어 재의결 실패는 사실상 유승민 원내대표 불신임의 결론이다.
이 과정에서 여권 내 친박·비박 간 갈등은 도를 넘을 수 있다. 거부권이 행사될 시 초유의 당청 전면 충돌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이같은 부담 때문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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