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및 산업단체가 정부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낮춰줄 것을 건의했다. 과도한 목표로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자칫하면 생산설비 해외 이전 등 산업 공동화까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최근 신기후체제(Post 2020) 마련을 위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전보다는 완화된 기준이다. 그러나 경제계는 이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어서 향후 확정안 마련까지 진통을 예고했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33개 경제단체와 발전 및 에너지업종 38개사는 'Post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통해 정부의 감축목표에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BAU(온실가스 배출전망)을 기준으로 오는 2030년까지 최소 14.7%에서 많게는 31.3% 까지 총 4가지 안의 감축계획(안) 발표한 바 있다. 논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오는 2020년까지 BAU대비 30%를 줄이겠다는 목표보다는 낮춘 셈이다.
그러나 경제계는 정부가 계획안을 통해 제시한 신기술 등 감축수단들이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고, 감축목표가 과도해 현실에 맞게 재조정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경련 등은 최신 감축기술 적용에대해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은 이미 적용 가능한 최신 감축기술들을 모두 현장에 적용,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며 "추가적인 감축여력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효율화는 수출기업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며 " 경제계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 효율화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또 정부가 제시한 원전 비중 확대나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 활용 등 역시 안정성과 고비용 문제로 활용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경제계 주장이다.
경제계는 "원전 비중 확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현실적인 방안이 되지 못한다"며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은 현재 포집비용이 60~80$ 수준으로 상용화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고, 저장된 기체 배출시의 유해성 문제로 지역주민의 반발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산업 공동화 우려, 배출권추가 할당 등 시급
무엇보다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은 산업 공동화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계는 "과도한 감축목표 설정으로 국내 생산 축소, 생산기지 해외 이전, 투자 지연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서비스 비중이 높은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에너지 효율도 높아 이를 반영한 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주요국들도 자국 경제여건 등을 고려,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Post-2020 감축목표를 제출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한다는 목표다.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탄의 50% 수준에 불과한 셰일가스 사용이 본격화된 것을 감안해 설정된 목표다.
또 러시아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25∼30% 감축목표를 제출한 가운데 이 역시 지난 2012년 배출량이 이미 1990년 대비 약 50% 감소, 목표 달성에 부담이 없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경제계는 2030년 감축목표 확정 후 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 할당된 배출권에 대한 추가할당 및 재할당이 바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할당된 배출권은 할당대상 업체들의 신청량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해 막대한 과징금 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경련 박찬호 전무는 "2030년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감축수단의 적용 가능성, 국가경제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 실제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제시돼야 기업, 국민, 국가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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