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되면서 정치권 전체에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향후 시나리오에 따라 여야 뿐 아니라 청와대까지 격랑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르면 오는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듭 유감을 표명한 뒤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법 등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장기 표류하는 데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해 왔다. 여기에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가 정부 시행령까지 통제하게 될 경우 국정 동력 상실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하며 "국정은 결과적으로 마비 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화될 것"이라고 밝힌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정국 뒤흔들 '거부권', 파장은?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여야 합의→본회의 상정→재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본회의에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이상이 출석한 가운데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여야 합의 불발로 재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전제할 때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재의에서 가결돼 법으로 확정될 경우와 재의를 시도한 뒤 부결될 경우, 재의에 부치지 못할 경우 등이다.
이번 사태가 청와대와 국회의 맞대결 양상으로 흘러 온 만큼 국회가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에 성공한다면 박 대통령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거부권 정국의 책임론을 온 몸으로 떠안게 되고 향후 국정운영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새누리당도 곤혹스런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제 막 임기 반환점을 돈 대통령이 레임덕으로 치닫게 되는 상황이 여당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다.
당청, 당내 갈등도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야 의석 분포(새누리당 160석, 새정치민주연합 130석, 정의당 5석, 무소속 3석) 상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결된다면 새누리당 내에서도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그 '주역'으로는 비박계가 지목될 공산이 크고, 이는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재의 시 부결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를 중심으로 여야 협상을 주도한 유승민 원내대표 퇴진론이 불거질 게 뻔하다. 이미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 사퇴를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는 상태다.
이를 계기로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이 본격화하면 당청 관계 역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야당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10여개월 뒤 총선을 치러야 할 새누리당도 타격을 입게 된다.
◆심란한 與…"모든 가능성 열어놓고 대책 논의"
결국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에 부쳐질 경우 결과와 관계없이 당청 모두 내상을 입게 된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재의결 불가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존중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당 지도부의 타격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김무성 대표는 최근 재의결 절차를 밟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으며 친박계, 비박계를 망라하고 김 대표의 의견에 존중하는 기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소속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당초 재의결 입장을 고수했으나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첨부된 '이의서'를 보고 본회의 상정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다소 변화된 입장을 밝혔다.
물론 이 경우에도 유 원내대표는 책임론에 따른 당청, 당내 갈등을 피할 수는 없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는 최근 친박계 초·재선 의원 설득에 나서는 등 유 원내대표 퇴진 움직임에 따른 갈등 차단에 부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친박계 내에서도 사퇴론자들을 설득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즉시 의원총회를 열어 향후 대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의원총회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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