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새누리당 비박계 지도부가 상처입어 이후 여권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최근 새누리당의 주요 공직 선거마다 비박계가 승리하면서 여당은 비박계가 장악한 상태였다. 다음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는 차기 지도부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로 구성됐고, 여권의 차기 주자 순위 1위도 김무성 대표다.
성완종 리스트에 휘말린 친박계 차기 주자는 사실상 사라졌다. 시간은 친박계보다는 비박계에 있는 셈이었다.
그러나 국회법 거부권 정국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상처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새누리당의 원내 지도부를 직접 거론하며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하지 않고 자동폐기하는 것으로 결정하면서 유 원내대표에 대한 유임을 결정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과했다.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대통령이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나가려 노력하는데 여당으로서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 점 송구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당내 친박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관철할 기세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불릴 정도의 핵심 친박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 원내대표와 청와대 간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으며, 깨진 유리잔"이라면서 "유 원내대표가 원내대표로 있는 한 당·정·청 협의를 통한 국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리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탈당설, 신당 창당설, 최고위원 총사퇴 가능성 등이 거론되는 데 대해 "이번 사태에 대해 새누리당은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을 분명히 보여줘야 국민 신뢰를 받게 될 것"이라며 "유 원내대표가 끝까지 책임지길 거부한다면 그 어떤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본다"고 해 충격을 줬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탈당으로 여권이 분열된다면 새누리당 누구도 당선을 자신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여권의 누구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비박계는 청와대와의 관계 회복을 꾀하며 갈등 봉합을 꾀하고 있지만, 강해지는 유 원내대표 공격에 분노가 높아지고 있어 당내 계파 갈등이 선을 넘을 수도 있다.
김무성 대표는 "어제 거부권 행사를 한 대통령의 뜻은 존중돼 당에서 수용됐다"며 "그 다음에 의원들의 생각도 존중돼야 한다"고 해 유 원내대표의 책임론은 수용하지 않을 뜻을 밝혔지만, 유 원내대표가 결국 퇴진한다면 김 대표 역시 일정 부분 상처가 불가피하다.
이번 일로 당내 친박계가 결집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의 약진이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당내 선거에서 연이어 비박계가 승리한 것을 고려할 때 설사 유 원내대표가 퇴진해도 이어지는 선거에서 친박계가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국회법 거부권 정국으로 여권이 요동치고 있는 모습이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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