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여권을 들끓게 하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논란이 여권 내 이념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가 있는 한 당청 간 소통은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친박계가 자진 사퇴를 총력 압박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유 원내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자신의 거취가 개인적인 측면이 아니라 당과 국가, 정치 발전의 대의명분이 걸린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권력 다툼 차원이 아니라 당과 정치 발전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원내대표 당선 때부터 박근혜 정부의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서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분명한 입장을 보였고, 야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해왔다.
지난 4월 임시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이제 진영을 벗어나 우리 정치도 공감과 공존의 영역을 넓히자"고 해 여당 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박수를 받았다.
유 원내대표는 합리적 보수로 여권을 탈바꿈해 이 힘으로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친박계는 여당의 원내대표를 청와대와 여권의 징검다리로 정책을 통해 정권의 성공을 뒷받침해야 하는 위치로 규정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가는 부분"이라면서 "정치는 국민들의 민의를 대신하는 것이고 국민들의 대변자이지, 자기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유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한 바 있다.
즉 현 갈등은 현 정권의 성공을 통해 차기 정권을 창출하려는 세력과 여권의 개혁적 보수로의 변신을 통해 정권을 획득하려는 세력 간 충돌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고, 비박계 중진인 이재오·정병국·이병석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유승민 원내대표의 퇴진에 반대하는 등 당에 우세를 점하고 있는 비박계가 유 원내대표의 뒤를 받치고 있는 점도 유 원내대표가 버틸 수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물론 유 원내대표의 이같은 버티기 모드가 끝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은 거의 없다. 당청관계 복원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결별한 가운데 내년 총선을 치루는 것을 환영하는 세력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도 "어떻게 하든지 당이 갈라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의 명예 퇴진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는 여권 내 갈등이 소강 상태지만,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 시한을 6일로 잡아 조만간 다시 대공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조사에서 지난 달에 비해 두 계단 오른 4위를 기록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현 권력과 직접 맞서는 모습으로 떠오른 유 원내대표가 사퇴 여부를 떠나 긴 안목의 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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