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13일간의 논란 끝에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이를 이끌어낸 박근혜 대통령의 승부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는 여권 뿐 아니라 청와대에도 상당한 피해를 끼쳤다. 대통령과 여권 친박계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사실상 찍어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청와대와 여당의 수직적 관계가 증명됐다. 대통령에 비민주적 리더십이 강조되면서 여권 내 반발 기류도 확산됐다.
이같은 부담에도 청와대는 유 원내대표에 대한 비토 입장을 밀어붙였다. 메르스 확산이 국가적 위기로 비화됐지만 당청협의를 하지 않을 정도였다. 위기 앞에서 한 몸처럼 가야 할 당청관계가 삐걱대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었지만 청와대는 꼼짝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유승민 원내대표의 퇴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유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입장이 맞지 않았다. 청와대의 핵심은 집권 후반기의 안정적 국정 운영임에 비해 유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당의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당선 직후부터 박근혜 정부의 기본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허구라고 역설했고, 안보에는 우클릭, 경제와 복지에는 좌클릭을 외치면서 지난 4월 임시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는 '중부담 중복지'를 외쳐 야당의 박수를 받았다. 이 모두가 정권 재창출에 맞춰진 행보다.
그러나 이는 안정적 국정 운영을 꾀하는 현 정부에 반하는 것이다. 차기 정권 창출이 화두가 되면 정국의 무게 중심은 차기에 맞춰지고 현 정권은 자연스럽게 레임덕을 맞게 된다. 이는 아직 임기가 2년 반 남은 박근혜 정부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중요한 사안마다 유 원내대표 측과 청와대가 소통의 문제를 일으켜왔다는 것도 문제였다.
◆승부수 마침표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 김무성 체제 견제 가능
유 전 원내대표가 퇴진하면서 일단 청와대의 승부수는 일단 성공으로 돌아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여 영향력은 다시 커졌다. 이후 들어서는 원내 지도부는 당청관계 복원이 중요한 과제가 된 만큼 청와대와 각을 세우기 어렵다.
그러나 대통령에 대한 비민주적 리더십 확대와 여당내 반발이 확대된 것은 부담이다. 유 전 원내대표 거취 정국에서 비박이 친박보다 수적으로 월등한 상황이 확인된 만큼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내년 총선 공천에서 친박이 열세로 몰릴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최고위원회의 역시 김무성 대표를 포함해 비박이 우세하지만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지도부에서 비박계인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동반 퇴진하게 됐다.
이 자리에 친박계나 최소한 박근혜 대통령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가 기용된다면 친박은 최고위원회를 통해 김무성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차기 원내대표로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경쟁했던 친박계 이주영 의원과 충청권 중진인 정우택 의원, 비박계지만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주호영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비박계로는 현재 정책위의장인 원유철 의원과 비박계 중진인 심재철·정병국 의원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친박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인사를 합의 추대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비박계에서는 경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승부수가 차기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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