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여권 전체를 휘감았던 갈등도 일단 봉합되는 양상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앞으로 당청 관계 복원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놓고 극한 대립을 이어왔던 친박계와 비박계는 당분간 몸을 낮춘 채 갈등 봉합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더욱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기적 관점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는 '갈등의 종지부'가 아닌 '갈등의 시작'이 될 전망이다.
◆친박·비박, 새 원내대표 놓고 벌써부터 신경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박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이 아직 살아 있음을 입증했다. 당에 대한 영향력도 여전함이 드러났다. 김무성 대표를 필두로 한 비박 지도부 출범으로 당내 입지가 위축됐던 친박계도 '반전'의 계기를 맞았다.
친박계는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 대비해 당내 지분 챙기기에 나서려 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인 비박계가 맞대응에 나설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계파 갈등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첫 번째 고비는 새 원내대표 선출이다. 새누리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원내대표가 임기 중 사퇴 또는 사고로 공석이 되면 7일 이내에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유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사퇴함에 따라 후임 원내대표는 15일까지 선출될 예정이다.
원내대표 선출 방식과 관련해선 계파를 망라하고 합의 추대가 적합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친박계는 '친박 원내대표 추대' 의중을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물론 비박계는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친박 원내대표가 들어서면 당 지도부는 '비박 우위'에서 '친박 우위'로 바뀌게 된다. 애초 친박계였던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 '유승민 사퇴'를 주장하며 친박계로 전향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인제, 김태호 최고위원에 새 원내대표까지 가세할 경우 지도부의 친박 색채가 짙어진다.
이는 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더욱 커짐을 의미한다. 비박계 내에서 새 원내대표 선출에 대해 "수평적 당청관계를 재정립하는 좋은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를 경계한 탓이다.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도 '복병'
거부권 정국에 밀려 연기된 '김무성 2기 체제' 당직 인선도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당초 김무성 대표는 취임 1주년을 기해 사무총장 이하 전 당직을 개편할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이군현 사무총장 등 대다수 당직자들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거부권 정국 속 한 달 가까이 후속 인선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달 말 미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 사퇴 이후 당내 갈등을 봉합함과 동시에 당직 인선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문제는 당직 인선에 계파 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핵심은 내년 총선 공천 업무를 진두지휘할 사무총장 인선이다. 김 대표가 자신의 측근인 비박계를 사무총장에 임명할 경우 친박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반대로 자신과 다소 거리가 있는 친박계 인사를 발탁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새 원내대표에 친박계가 선출되면 당직 인선을 둘러싼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자칫 김 대표가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을 임명하려다 친박계와 갈등 끝에 무산된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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