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회동은 '유승민 정국'을 거치며 강화된 박 대통령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양측은 회동에서 '당청 화합'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고, 박 대통령은 당 지도부와 회동한 뒤 김무성 대표와 따로 만나 향후 국정운영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을 계기로 당청 관계 회복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더 이상 분열해선 안 된다는 절박감을 양측 모두 느낀 것이다.
그러나 당청 간 위상은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 이후 비박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당 중심의 당청 관계가 유지됐다면,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이후 청와대가 당을 압도하는 상황으로 변화한 것이다.
지난 4월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독대했을 때만 해도 주도권은 새누리당이 쥐고 있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중남미 순방 일정을 강행하기로 해 여론의 비판을 산 데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위기에 몰렸다.
결국 박 대통령은 중동 순방을 위한 출국 시간을 미뤄가며 김 대표를 급히 청와대로 불렀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이완구 국무총리를 사퇴시켜야 한다는 당내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나아가 김 대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사과가 있을 것"이라며 사실상 박 대통령에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사과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세 달이 흐른 지금,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유 전 원내대표를 사퇴시키는 것으로 당청 갈등 봉합에 나섰다.
이날 회동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당에서 책임지는 자세로 함께 하겠다"고 몸을 바짝 낮췄다.
유 전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 정책위의장을 지내다 새 원내사령탑에 합의 추대된 원유철 원내대표도 "대통령님 잘 모시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 성공을 위해 잘 하자고 다짐했다"고 거들었다.
한편 김 대표는 회동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과의 독대 내용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이전 독대 때 박 대통령의 발언까지 소개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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