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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기잡은 삼성, 17일 합병 주총서 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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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계약 승인 및 배당안 처리…잇단 승소 등 삼성 우세 예상

[양태훈, 민혜정기자] 누가 웃을까.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가 17일 개최된다.

일단 삼성 측이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잇단 소송 등 파상공세에 나섰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시면서 팽팽했던 양측 대결의 중심 축이 삼성쪽에 기운 듯한 양상이다.

그러나 주총 당일 접전이 예상되면서 섣불리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 역시 성패는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의 '표심'에서 갈릴 전망이다.

16일 서울고법 민사40부(수석부장판사 이태종)는 엘리엇 측이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총회 결의금지와 자사주 매각 금지 및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항고를 모두 기각했다.

일단 엘리엇 측은 기각에 불복, 대법원에 항고한다는 방침이지만 17일 주총 소집 및 KCC의 의결권 행사를 저지하는데는 실패했다.

삼성 측으로서는 합병계약 승인을 위한 주총을 하루 앞두고 최대 고비를 넘기면서 그동안 엘리엇 측과 맞서온 대결에서는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한 셈이다.

삼성 측은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주총을 가로막던 법적 장애물이 사라졌지만, 최종 합병안 결정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며 "끝까지 찬성표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 삼성 vs 엘리엇 공방, 종지부 찍나

엘리엇 측이 본격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의 합병 저지에 나선 것은 지난 5월 26일 양사가 합병 결의를 공식 발표한 직후다.

엘리엇은 5월 27일 삼성물산에 주주자격으로 합병 반대의사를 통보한 뒤, 지난달 4일 삼성물산 지분 7.12% 취득을 공시하며,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아울러 삼성물산을 상대로 '보유주식 현물배당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이후 국민연금을 비롯해 삼성SDI·삼성화재 등 삼성계열사에 합병반대를 동참하는 서한을 발송하고, 지난달 9일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삼성물산에 '주주총회 통지 및 결의 금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소송 공세에도 돌입했다.

이어 지난달 10일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 5.77%를 매각하자 삼성물산과 KCC 등을 상대로 '삼성물산 자사주 매각금지 및 KCC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추가 제기하는 등 연일 공세를 높였다.

엘리엇 측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 대 0.35)이 제일모직 주주에만 이익이 된다며 이의 재산정 주장과 함께 본격적인 합병 저지에 나섰다. 또 KCC의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 역시 합병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이의 부당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1일과 7일 각각 엘리엇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이날 엘리엇의 항고 역시 모두 기각했다.

삼성으로서는 엘리엇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 등 이번 합병에 대한 반대 에도 합병비율 산정 및 의결권 행사 등 합병의 적법성은 물론 당위성을 인정받아 한층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 삼성 "최종 합병전까지 안심할 수 없다"

그러나 삼성 측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미 KCC 등 백기사와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까지 40% 후반으로 추산되는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주총 출석률이 높아 질 수 있어 안정적인 표 확보까지는 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합병이 성사되려면 17일 주총에서 전체 주식의 3분의 1, 참석 의결권의 3분의2 이상을 얻어야 한다. 출석률이 70%일 때는 46.7%, 80% 일 때는 약 53.4% 이상을 얻어야 합병안이 통과된다.

현재 삼성측은 이번 주총에 대한 관심 등을 감안할 때 17일 당일 참석률이 80%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50%대 후반의 의결권을 확보해야 안정권이다.

현재 삼성물산 측은 삼성SDI 등 특수관계인 지분 13.82%에 백기사로 나선 KCC 지분 5.96%, 국민연금 지분 11.21%를 포함해 일단 30.99%를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국내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 40% 후반대 우호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반대로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 지분 7.12%를 포함해 메이슨캐피털 지분 2.2% 등 약 10%대 반대표는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성패는 각 20%대로 추산되는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의 표심에서 갈릴 전망이다.

6월 11일 기준 삼성과 국내 기관, 엘리엇 등을 제외한 기타 주주와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은 각각 24.43%, 26.41%다.

◆3개 안건, 6시간 이상 마라톤 주총 예상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이번 합병을 위해 17일 오전 9시 각각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와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삼성생명빌딩에서 임시 주총을 개최한다.

제일모직 주총은 삼성측 우호지분이 많은 만큼 속전속결 처리가 예상되나 삼성물산 주총은 엘리엇 측과 팽팽한 대결이 예상 되는 만큼 안건 1개당 2시간 이상, 6시간 이상의 마라톤 주총이 될 가능성도 크다.

삼성물산 주총의 주요 안건은 '합병계약서 승인'과 엘리엇 측 주주제안인 '현물배당 추가'와 '주총 결의로도 중간배당을 할 수 있는 근거 마련' 등 정관개정안이다.

안건 순서별로 주주의 의사진행발언과 표결 및 개표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주총에서 합병계약 승인건이 통과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예정대로 오는 9월 1일자로 합병된다. 합병회사명은 삼성그룹의 창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에서 삼성물산을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부결시 삼성 측은 재 추진 등 이른바 '플랜 B'가 없다고 한 만큼 삼성 지배구조 개편 등 차질로 후폭풍도 만만찮을 수 있다. 합병이 성사되도 엘리엇 측의 추가 소송 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잡음이 이어질 전망이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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