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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분쟁 속에 애타는 SK·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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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재벌 분위기 확산에 특별사면 영향줄까 '노심초사'

[장유미, 이영은기자]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반(反) 재벌기업 정서가 확산되면서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기다리던 SK와 CJ 등은 롯데그룹 사태가 악재로 작용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계획을 밝힐 예정인 가운데 이날 광복절 특별사면에 대한 대상과 범위 등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 여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특별사면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지만 최근 롯데 사태 등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사면 카드를 강행하기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 볼 때 경제인 사면을 통한 경제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커 특사 가능성 역시 유효하다는 관측도 있다.

◆'롯데 사태' 불똥 튀나, 경제인 사면 주목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달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특별 사면에 대한 범위와 대상 검토를 주문하면서부터다.

사면권 행사에 관해 엄격한 방침을 고수해온 박 대통령이 '국가 발전과 국민 대통합'을 이유로 전향적인 수용 입장을 보이면서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듯 했다.

특히 형기의 절반 이상을 복역한 SK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에 대한 사면 기대감이 한층 무르익었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사면 가능성도 언급됐다.

하지만 지난달 27일부터 불붙은 롯데그룹 사태로 분위기는 급속히 얼어붙는 형국이다. 롯데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반(反) 롯데 정서를 넘어 재계 전체를 향한 비판적 여론으로 확대되면서 경제인 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사면 고대하던 SK…'난감하네'

특별 사면을 고대하던 SK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최태원 회장이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지만 이번 롯데그룹 사태로 사면 기회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SK그룹 측은 최 회장 사면 가능성에 대해 줄곧 "정부에서 정할 일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지만 경제계가 최 회장에 대한 사면을 공식 요청한 만큼 적지않은 기대감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법정구속돼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2년 7개월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형량의 60% 이상을 채운 상태다.

SK그룹의 경우 최근 시내 면세점 사업자에서 탈락하고, 앞서 KT 렌탈 인수에도 실패하는 등 '오너 부재 리스크'를 드러내고 있어 최 회장의 복귀를 통한 빠른 의사 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 부재로 굵직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해 그룹의 성장 동력 발굴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SK가 최근 M&A 시장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신 것도 오너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 소극적인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계가 최 회장의 사면을 직접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박 회장은 지난달 열린 제주포럼 간담회에서 "사면이 화합과 국가 이익을 위한 목적이라면 나머지 처벌을 이행하는 것보다 다른 (사면대상) 국민과 마찬가지로 기회를 주고, 그 기회를 바탕으로 다시 모범적인 기업을 만들 수 있는 대열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려해 달라"며 최 회장의 사면을 촉구한 바 있다.

◆ CJ, 오너 공백 리스크 속 '어쩌나'

지난달 또다시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4개월 더 연장된 이재현 CJ그룹 회장 측은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이다. 이번 롯데그룹 사태가 이 회장의 재판 결과나 특별사면 여부 등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 재벌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것은 우려하는 눈치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광복절 사면 발언 이후 이 회장의 사면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 회장은 현재 형이 확정되지 않아 일단 특별사면 대상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 회장은 횡령·배임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252억 원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상고를 접수한 뒤 11개월 동안 사건을 심리 중이며 아직까지 선고기일을 잡지 않았다.

다만 이 회장의 건강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고 CJ그룹이 총수 부재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떤 형태로든 사면에 준하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현재 수형 생활을 견디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다. 이 회장은 지난 2013년 8월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후 지금까지 줄곧 건강 문제로 구속집행정지를 연장해왔다.

이에 대해 CJ그룹 관계자는 "건강 문제로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고 취하 후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고 있고 현재로서는 재판에만 충실히 임한다는 게 우리의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CJ그룹 역시 오너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투자 및 사업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기는 SK와 마찬가지다. CJ그룹은 올해 공식 투자 및 고용 계획도 내놓지 못한데다 올 초에는 CJ대한통운이 싱가포르 물류업체 APL로지스틱스 인수에 나섰지만 경쟁업체에 밀려 실패했다.

이로 인해 내부에서는 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면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박 대통령 발언 이후 내심 기대는 했을 것"이라며 "CJ그룹 역시 이 회장의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작년 말 벌어진 대한항공 사태에 이어 이번 롯데 사태로 반 재벌 감정이 확산되자 적잖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롯데 사태가 재벌가의 지배구조 및 순환출자를 통한 기형적 지배 논란으로 확산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여타 그룹도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정부의 경제인 특별 사면 여부가 향후 재벌 규제 강화 또는 경제 활성화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릴 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이영은 기자 eun06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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