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먹거리, 갈수록 줄어…은행↓ 증권↑

[김다운기자] 저성장·저금리 추세로 인해 올 하반기에도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계의 수익성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증권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으로도 전망된다.

하나금융그룹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10일 발표한 '2015년 하반기 금융산업 전망'에 따르면 비은행 부문의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은행 부문의 수익성 부진으로 올 하반기 금융산업은 전체적으로 하강 국면에서 탈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소는 지난 2005년부터 최근까지의 자료를 토대로 제조업체의 총매출이익과 비견될 수 있는 각 업권별 순수익을 분석한 결과, 저성장과 저금리에 따라 금융산업 전체의 순수익이 줄어드는 추세에 들어섰고 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은행 비중 급격히 줄어

금융업권의 총 순수익은 지난 2005년 48조원에서 2011년 75조원을 기록해 연평균 7.7%씩 성장했지만, 2014년에는 순수익이 70조1천억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2005년 전체 순수익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은행의 비중이 작년의 경우 40% 아래로 급전직하했고, 그 빈자리를 생명보험업이 차지했다. 고령화, 저금리와 함께 세제혜택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위기 이전 두 자리 수를 기록하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모든 업권에 걸쳐 한자리 수로 전락했다.

연구소는 "마진율 방어를 위한 금융업계의 노력은 지속될 테지만 특별한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기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인하로 은행의 수익성 악화 이어져

은행 대출의 경우 부동산 규제 완화와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따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보일 것이지만, 기준금리 인하로 인해 순이자마진(NIM)이 떨어져 핵심이익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수수료 수익원의 신규 발굴이 쉽게 이루어질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수수료수익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 계좌이동제 시행, 외국환업무 규제 완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에 따라 은행의 영업 행로는 더욱 험난해질 것이라고 연구소는 진단했다.

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으로는 고령화와 저금리 환경에서 앞으로 크게 확대될 자산관리시장에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손준범 수석연구원은 "증가하는 자산관리 수요에 대해 금융권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은행에도 투자일임업 등을 허용해 고객에게는 양질의 서비스를, 은행에게는 새로운 수수료 기반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자산운용 경쟁력 돋보여

반면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부문의 하반기 실적 전망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연구소는 증권업의 경우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은 시장과 개인들의 활발한 참여로 인해 주식거래가 크게 늘어난 상반기의 흐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자산운용시장에서 나타나는 기관화 현상, 분산투자에 따른 대체투자 펀드의 약진과 투자일임의 증가 현상 등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생명보험업의 경우 저축성보험의 수수료체계 개편에 따른 저축성보험의 판매 부진과 자본 규제 강화에 따른 자본비율 악화 가능성은 우려사항으로 꼽혔다. 하지만 신 종신보험으로 대표되는 보장성 복합상품을 중심으로 수입보험료의 증가는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대출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산업에 대해서는 카드사용에 있어 확대될 여력이 있고 저금리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감소가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다만 소액결제 확대와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라 카드수익에서 차지하는 가맹점수수료 비중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김상진 수석연구원은 "은행에서 활용될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을 원용하여 최근에 도입된 모바일 단독카드에도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