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세계 최고 해킹대회로 꼽히는 '데프콘(DEFCON)'에서 우리나라 출전팀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팀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최초로 데프콘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7일(현지시각)부터 9일까지 사흘간 벌어진 제23회 데프콘 본선대회에서는 한국 대학생·연구원 13명으로 이뤄진 'Defkor'팀이 영예의 1위에 올랐다.
우리팀은 라온시큐어 조주봉·이정훈·이종호 연구원과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정보보호동아리 'Cykor' 소속 8명, 조지아공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장영진·윤인수씨가 팀으로 구성됐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팀을 포함해 예선을 통과한 11개팀과 각종 국제해킹방어대회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한 4팀 등 총 15개팀이 출전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팀의 우승을 이끈 주역 중 한 명은 라온시큐어 이정훈 연구원이었다. 이 연구원은 축구로 치면 '최전방 공격수'의 역할을 했다. 공격 역할을 맡은 팀원은 나머진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공격에만 집중하게 된다.
아직 정확한 점수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한국팀과 2위팀(PPP)의 점수 차이는 약 3천점 가량으로 전해진다. 15개의 팀은 최초 1만2천500점을 받은 뒤 공격을 통해 서로 점수를 빼앗는다.
이정훈 연구원은 "이번이 3번째 출전이다. 대회 수준은 (나한테) 적당했던 것 같다"며 "대회기간 잠을 거의 못 잤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올 3월 구글(웹브라우저 크롬)·애플(사파리)·마이크로소프트(익스플로러11)를 차례로 모두 해킹해 이미 화제가 된 인물이다. 현재 라온시큐어에서 병역특례로 근무중인 그는 오는 11월 삼성SDS 입사가 예정돼 있다.
서버관리 등 방어를 맡았던 이종호 연구원은 "워낙 실력 있는 팀원들과 함께해서 좋았다"며 "다들 맡은 역할을 휼륭하게 소화해줘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사'들의 도전이 만들어낸 쾌거
한국팀의 우승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성과가 아니다. 앞선 도전들이 발판이 됐다.
아시아 최초로 데프콘 본선 진출권을 획득한 주인공은 지난 2006년 이승진 그레이해쉬 대표였다. 그는 당시 다른 해킹대회 우승자격이 아닌 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올랐다. 그는 국내 데프콘 본선 최다 진출자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한국팀들의 도전은 계속됐다. 한국팀은 2007년(6위)과 2008년(4위·6위), 2013년(3위·8위), 2014년(7위·10위) 대회 본선에 잇따라 진출해 상위에 올랐다. 우승은 이승진 대표가 처음 본선 진출권을 따낸 지 10년 만에 현실화됐다.
2006년 데프콘 본선에 참가했던 하우리 최상명 실장은 "2006년 한국 및 아시아 국가 최초로 데프콘 본선 진출이라는 씨를 뿌리고 딱 10년만에 우승하는 수확을 거둬들였다"면서 기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국내 보안 수준을 외국에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차원에서 인지도 상승효과가 클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어떠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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