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신동빈 롯데 회장이 상장 계획을 밝힌 호텔롯데가 지난해 삼성SDS와 제일모직에 이은 초대형 기업공개(IPO)가 될 것으로 보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1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할 것"이라며 "주주 구성이 다양해 질 수 있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으로 개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검토한 바 있다"며 "이사회와 주총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장 시기를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호텔롯데는 국내 비상장사 가운데 최대 기업가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는 20조 원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호텔롯데 예상 매출액은 5조 원, 영업이익은 5천억 원 이상으로 신 회장은 이사회의 승인이 나는대로 주관사를 선정하고 IPO 시기 등을 조율해 나갈 방침이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2013년 당시 롯데월드타워 건설에 들어갈 자금 확보와 향후 계획된 호텔·리조트 개발사업의 자금 확보를 위해 호텔롯데에 대한 기업공개를 검토한 바 있다. 또 이전에도 이 같은 움직임이 수차례 있었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 승인하지 않아 추진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한국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호텔롯데의 주주 99%가 일본기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적논란이 가열돼 신 회장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지분율 8.83%), 롯데알미늄(12.99%) 롯데리아(18.77%) 등의 주요 주주로서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곳의 주식 99.28%는 19.0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의 12개 L투자회사, 광윤사, 패미리 등 일본 회사들이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동빈 회장이 최근 대표이사로 등재된 12개 L투자회사들이 지분 72.65%를, 광윤사가 5.45%, 일본패미리가 2.1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반면 국내 주주인 부산롯데호텔(0.55%)과 호텔롯데의 자사주(0.17%)가 차지하는 비율은 0.72%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지분을 일본 기업이 소유하고 있어 호텔롯데의 배당금 역시 일본으로 넘어간다. 호텔롯데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55억 원을 배당했으며 이 중 254억 원을 롯데홀딩스 일본 주주들이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상장된다면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일본기업 이미지 탈피 등의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오너가의 영향력을 축소한다는 뜻인 만큼 결단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연결로 인식되지 않는 롯데 계열사 지분을 3조 원 가량 보유하고 있고 수조 원대의 부동산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면세, 호텔, 프랜차이즈 등 중국 관련 소비재 사업의 영업가치만 10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IPO를 하면 기업 이미지도 좋아질 뿐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 확보도 가능하다"며 "호텔롯데가 상장할 경우 삼성SDS와 제일모직에 이어 국내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호텔롯데 상장은 국내에서 중국향(向)소비재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지주회사의 첫 등장을 의미하는 만큼 같은 사업지주회사인 SKC&C와 제일모직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중국과 동남아의 매출 비중이 올라가는 CJ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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