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관련 5개 법안은 '9.13 노사정 합의'를 구체화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파견법, 기간제법 개정안 등이다.
새누리당은 이 법안들을 패키지로 묶어 정기국회 내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속도전에 나섰지만, 야당과 노동계 뿐 아니라 재계 일각에서도 반발이 거세 난항이 불가피해 보인다.
◆새누리, '노동 5법' 속도전
새누리당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노동시장 구조개혁 관련 5개 법안을 당론 발의키로 확정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통상임금 개념을 법에 명시하고 휴일근로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을 2020년까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토록 했으며, 현행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저축휴가제로 확대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실업급여 지급 수준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통상적 출퇴근시 재해를 입은 경우에도 산재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기간제법 개정안은 35세 이상 노동자가 회사와 합의하는 경우 계약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고, 계약기간 만료 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일정 금액의 이직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다.
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고령자, 근로소득 상위 25%(2015년 기준 5천600만원)에 포함되는 전문직에 대해 파견 허용 업무를 확대하고 용접, 주조 등 일부 제조업에 대한 파견도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무성 대표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이제 노동개혁의 성패는 전적으로 우리 국회의 몫"이라며 "노사정 대타협의 정신을 받들어 올해 안에 개혁입법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野 "노동시장 일방 개악 좌시 못 해"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5개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법으로 확정된다. 그러나 협상 파트너인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어 상임위 문턱 조차 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통상임금 범위 명료화, 근로시간 단축 등에 대해 수용 방침을 밝히면서도 새누리당이 야당과 노동계의 반발 속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다.
특히 기간제·파견법 개정안을 두고는 '비정규직 확산법'이라고 비판하며 결사 저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아울러 법인세 인상 등 재벌개혁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시장의 일방적 개악(改惡)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새누리당의 노동관계법 강행 방침은 외환위기를 초래한 1999년 한나라당의 노동법 강행 처리와 유사하다. 노동관계법은 국회에서 신중히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노동계도 재계도 반발…가시밭길 예고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핵심 쟁점인 일반해고 요건 완화와 취업규칙 변경도 뇌관이다.
노사정은 단기적으로 노사정이 충분한 협의를 거쳐 가이드라인(행정지침)을 마련하고 장기적으로는 노사 및 관련 전문가가 참여해 근로계약 전반에 관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이를 두고 야당과 노동계 재계가 각각 반발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일반해고는 인간의 노동권 뿐 아니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노동법 상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은 노조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은 결코 효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협상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했고,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얻은 게 없다"며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재계는 재계대로 일반해고 요건 완화, 취업규칙 변경 등 쟁점에 대해 노사정 협상에서 마무리짓지 못한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전날 성명을 내고 "노사정 합의에 의해선 진정한 노동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게 명백해졌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중심으로 국회에 입법청원을 통해 노동개혁의 마지막 시도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의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긴 가시밭길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여야와 노사, 정부가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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